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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전 여러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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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전 여러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입력
2015.03.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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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황혜민 '멀티플리시티' 주역

“모던 발레 연습하다보면 이렇게 돼요. 갑자기 무릎 꿇어앉거나 발등을 바닥에 쓰는 장면이 나와서요.”

9일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 연습복을 입은 황혜민(37)씨가 피멍과 굳은살로 얼룩진 발을 보며 수줍게 말했다. 토슈즈에 갇혀있던 발가락이 새 작품에선 자유로워졌지만, 이번엔 발등이 혹사당하고 있었다. “고전발레 작품에서는 토슈즈로 발끝을 세워 서는 자세가 많아서 다들 높은 제 발등을 ‘타고난 발’이라며 부러워했는데, 이번에는 복병이 됐네요.”

발레라면 도가 텄을 황혜민에게도 ‘멀티플리시티’는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그는 “연출가 토마스 클라인은 오디션 전 다른 무용수 춤을 따라 추지 못하도록 공연 영상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각자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
발레라면 도가 텄을 황혜민에게도 ‘멀티플리시티’는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그는 “연출가 토마스 클라인은 오디션 전 다른 무용수 춤을 따라 추지 못하도록 공연 영상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각자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

황씨가 새로 맡은 역은 소녀도, 공주도 아닌 첼로다. 나초 두아토 베를린 슈타츠오퍼발레단 예술감독의 ‘멀티플리시티’라는 작품이다.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 간판 무용수로 활약하며 섬세한 내면 연기를 주로 선보인 그에게 몸에 힘을 확 뺀 모던발레는 도전이다. 같은 발레단의 발레리노이자 남편인 엄재용(36)씨와 최고의 파트너로 사랑받아 왔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후왕 젠과 호흡을 맞춘다.

황씨는 “10대 20대에는 기교와 테크닉에 신경을 썼고, 30대 초반에는 드라마를 보여주려고 애썼다”며 “주요 작품 레퍼토리를 거의 2번 이상씩 다 맡아본 지금, 일종의 도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저도 이제 아이도 가져야 하는데, 한편으로 은퇴 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죠.”

때마침 영상으로 본 ‘멀티플리시티’는 “춤 동작을 선보이는 게 아니라, 몸이 음악이 되어 음악을 선보이는 무대”였다. “이 리듬, 이 음역에서 이런 동작이 나올 수 있구나, 감탄했어요. 나초는 진짜 천재다! (웃음) 음악을 들으면 몸이 반자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요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사는데, 그러면서 바흐 음악을 다시 보게 됐죠.”

‘멀티플리시티’는 춤과 음악으로 바흐의 일생을 그린 작품. 18명의 무용수들이 음표가 돼 바로크 시대 회색 가발을 쓴 바흐의 지휘에 반응하며 음악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에 맞춰 추는 파드되(2인무)는 작품의 하이라이트. 첼로를 상징하는 발레리나를 품에 안은 바흐가 여성의 몸을 여기저기 활로 그으며 연주한다. 황씨는 “에로틱해 보이는 섹슈얼(sexual)보다 센슈얼(sensual)한 작품”라고 소개했다. 1999년 발표한 이 작품은 지난해 국내 초연에 이어 올해 바흐 탄생 330주년을 맞아 다시 무대 오른다.

지난해 공연 멀티플리시티에서 에브게니 키사무디노프(바흐)와 김나은(첼로)가 선보인 2인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지난해 공연 멀티플리시티에서 에브게니 키사무디노프(바흐)와 김나은(첼로)가 선보인 2인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다른 장르에서 다른 모습도 보이고 싶다”는 바람은 뮤지컬 ‘팬텀’ 도전으로도 이어졌다. 황씨는 “솔직히 망설였는데 (선배 발레리나인) 김주원 언니가 한다니 그저 그런 작품은 아니겠구나라는 믿음에 선택했죠.(웃음)”

뮤지컬 ‘팬텀’은 가스통 루르의 ‘오페라의 유령’의 다른 버전으로 황혜민은 괴물 같은 아들 팬텀을 낳은 비운의 어머니 벨라도라 역을 맡았다. 2막 초반 벨라도바가 연인 제라드 카리에르와 함께 추는 파드되 장면은 뮤지컬의 백미로 꼽힌다.

뮤지컬이지만 노래는 하지 않는다. 황씨는 “노래를 해야 한다면 절대 안 했을 것”이라며 “다양한 춤을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힘들어 죽겠다 싶어도 춤을 추기 시작하면 힘이 나요. 발레 연습은 정말 고통스럽지만, 무대 위 빛나는 한 순간에 그런 고통이 다 사라지거든요.”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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