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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국, 美中 사이의 新협력 모델로

입력
2014.07.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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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한중 정상회담이 많은 의미와 숙제를 남기고 이틀간 일정을 마쳤다.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통해 경제, 외교안보, 인문유대 교류 강화 등의 분야에서 많은 논의와 주목할만한 조치들이 나타난 점은 향후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또한 미중이 경쟁하는 동북아 정세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주요 안건들에서 많은 부분 중국 측의 의견을 수용했다. 따라서 이에 관해 향후 미국과도 깊은 논의를 이어가야 할 숙제가 생겼다.

중국은 경제협력 면에서 공동성명에 ‘한중 FTA 연내 체결 노력’ 명시를 포함해 많은 실리를 취했다. 한국도 물론 경제적인 면에서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위안화 국제화 문제에 대한 한국의 동의, 그리고 중국이 추진하는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대한 한국 측의 높은 평가 등은 정상회담 이전부터 미국이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던 사안들이다. 유럽의 유로화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 위안화가 지역화폐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간다면 국제사회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위상 약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주도의 AIIB 설립은 미일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맞서는 것은 물론 아시아에서 급격히 확장되는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운 또 다른 분야는 북핵과 한반도 통일문제, 그리고 일본에 대한 한중의 공동대응 등이 논의됐던 외교안보 분야일 것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핵무기 개발의 ‘우려’에서 ‘확고히 반대’라는 표현의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바라는 ‘북핵 불용’ 대신 그간 중국이 고수해온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재개라는 기존의 입장에 큰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반면 일본의 역사문제와 재무장에 대해 중국은 그간 한중의 공동 대응을 요구해왔으나, 한국정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미국의 입장을 인식해 이를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태도와 헌법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자위권 확대추진이 우려스럽다는 점에 양국 정상이 공감했다는 내용이 둘째 날 특별오찬 언론브리핑에서 공개됐다. 우리의 당당한 입장 표명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국은 미국의 지지를 받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중국의 손을 들어주고, 중국은 미일동맹 앞에서 한중 우호를 마음껏 뽐낸 셈이다.

향후 일본은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고 더욱 소리 높여 미국에 주장할 것이고, 워싱턴 외교가 또한 위의 사항들을 열거하며 역시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는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한국이 다시 미중 사이의 균형을 잡는다고 급히 미국에 다가서면 미국은 한국에게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관한 적극적 협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한국은 이제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새로운 지역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자가 돼야 한다.

일본 아베 내각은 미중의 경쟁구도 속에서 미국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상국가’로의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즉 현재 일본은 미중의 경쟁이 격화할수록 전략적 이익을 얻는 구조다. 한국이 최근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고 하나 만약 이 경쟁구조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결국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역내에서 미중 사이의 협력을 이끌어 낸다면 한ㆍ미ㆍ중 관계가 강화되고 오히려 일본과 북한은 입지가 약해질 것이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우선 북핵문제를 주도해야 한다. 핵실험 중지와 핵고도화 작업에 대한 동결, 그리고 6자회담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며 미중을 설득해야 한다. 북핵에 관한 이번 한중간의 논의 사항을 미국과 논의하고, 미국의 이견에 대해서는 또 다시 중국을 찾아가 협의하며 미중의 의견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북핵에 대한 마땅한 대책 없이 현상을 유지하면서 무관심해지는 미중에게 협상안을 계속 제시하고 양국 협력을 적극적으로 견인하는 역내 전략 파트너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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