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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의약품 자판기

입력
2016.05.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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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해 본 사람이라면 심야나 주말에 문을 연 약국을 찾아 헤맸던 경험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약국을 찾지 못해 응급실로 직행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에게 약사와 화상통화가 가능한 의약품 자동판매기가 설치될 것이라는 소식이 반갑다. 보건복지부가 얼마 전 약국이 문을 닫은 후에도 자판기를 통해 60여 개의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규제혁신안을 내놓고, 약사법 개정안을 만들어 10월에 발의하겠다고 했다. 물론 지금도 24시간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등 13개 품목은 살 수 있다.

▦ 업계에서는 의약품 자판기를 원격 화상 투약기, 스마트 의약품판매기 등으로 부른다. 독일과 영국 등지에서는 이미 상용화했다. 독일에서는 ‘RoboWall’, 영국은 ‘Medicine vending machine’, 스웨덴은 ‘Green Cross My Pharmacy’ 등의 이름으로 지역 약국이나 병원 약국, 쇼핑몰 등에 설치되어있다. 일반의약품은 물론, 전문의약품까지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 자판기에는 최첨단 정보통신기기와 터치스크린 등이 장착되어있어 약사와 상담을 거치면 24시간 내내 의약품을 살 수 있다.

▦ 우리나라도 이미 한 약사 부부가 원격 화상 투약기를 개발해 2013년 2월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이 투약기는 일반 자판기와는 다르게 소비자의 약품 선택기능이 없다. 대형모니터를 통해 약사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복약 상담을 한 뒤 카드 등으로 결제를 하면 약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투약기는 약국 외부나 벽체 등에 설치하면 된다.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 등에 ‘관리 약사’가 당번 형태로 돌아가면서 상담을 한다. 약사 1인당 30개 정도의 투약기를 관리할 수 있다. 투약기 가격은 1,000만~2,000만원 정도다.

▦ 의약품 자판기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도입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대한약사회 등은 “약화(藥禍)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동네 약사들의 이익이 침해될 것”이라며 반대운동에 나설 요량이다. 하지만 기우(杞憂)가 아닐까 싶다. 환자와 약사의 상담내용이 모두 동영상으로 기록된다. 또 자판기 설치와 운영을 약사가 주도하고 수익도 약사가 가져간다. 일반의약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안전성도 큰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기기 가격이 문제겠다. 국민 편의라는 측면에서 전향적으로 생각할 일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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