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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규직 이기주의 딛고 비정규직 끌어안은 현대重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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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규직 이기주의 딛고 비정규직 끌어안은 현대重 노조

입력
2017.09.2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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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가 비정규직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껏 정규직에만 문을 열었던 노조가 최근 대의원대회에서 가입자격을 ‘현대중공업그룹사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중 조합에 가입한 자’로 바꾼 것이다. 규정대로라면 비정규직은 물론 사무직 직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임금과 고용안정성 등의 조건이 좋은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이 상호불신을 딛고 한 가족이 될 길이 열렸고, 그에 따라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적극 지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규직 이기주의가 확산되는 현실에 비추어 중요한 결단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주지하듯 자동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통합으로 운영되던 기아차 노조는 올해 4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하는 데 따른 갈등이 많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을 내쫓았다. 현대차와 기아차 소속 정규직 판매 조합원들 또한 자동차 판매 대리점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가로막아 비판을 받았다. 이들이 연대와 단결이라는 원칙을 훼손했다면 조선소 최초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통합으로 꾸리게 된 현대중공업 노조는 그 정신을 되살린 셈이다.

안 그래도 현대중공업 노조에는 불명예스러운 과거가 있다. 2002년 사용자와 가까운 지도부가 꾸려지고 2004년에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자 분향소를 훼손하는 등 비정규직을 탄압해 민주노총으로부터 제명을 당했다. 수치도 그런 수치가 없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번 결정으로 그런 불명예를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게 됐으니 그것만으로도 소득이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과거에도 두 차례나 가입 자격 규정 변경을 시도했지만 대의원대회 참석자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번에도 참석자 132명 가운데 88명이 찬성해 겨우 통과됐다. 비정규직을 끌어안겠다는 취지만으로는 해소하기 힘든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그것을 잘 조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현대중 노조 앞에는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조선업 불황으로 많은 직원이 일터를 떠나는 마당이어서, 우선 노조는 구조조정의 고통이 비정규직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에게 몰리는 산업재해도 예방해야 한다. 이런 과제를 순조롭게 풀어 가려면, 무엇보다 정규직 스스로의 고통분담과 자기희생 각오와 결단이 우선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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