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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땅에 작은 빛, 희망의 빛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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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땅에 작은 빛, 희망의 빛이 됩시다”

입력
2016.12.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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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한국일보 자료사진
왼쪽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한국일보 자료사진

천주교, 개신교, 불교계 지도자들이 “절망과 고통이 적지 않지만 스스로가 희망의 빛이 되자”는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5일 성탄메시지를 통해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 드리며, 이 세상에 오신 구세주의 은총이 여러분과 온 세상에 충만하기를 기원한다”며 “특히 북녘의 형제자매들, 고통 중에 신음하는 이들,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자비와 사랑이 충만하길 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점점 더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에 빠져 피폐해지고, 우리나라는 정치 지도자들의 문제로 심각한 정치적 불안정의 상황에 처해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정의를 세우려는 노력에 동참하면서도 불안정과 혼란이 장기화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당리당략과 욕심을 뒤로 하고 공동선을 생각해 직분에 충실하길 바란다”며 “교회 역시 겸손하게, 성탄의 정신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염 추기경은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어 줄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그 빛 안에서 신앙인답게 살면서 그리스도의 빛을 세상에 비출 수 있도록 작은 빛이 되도록 노력합시다”며 사제와 신앙인 모두가 각자 ‘희망의 빛’으로 살아가는 자세를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는 “몇몇 사람에 의한 국정농단과, 우리 사회의 고질병 같은 부조리가 한 통속으로 우리 삶을 위협해 왔음이 드러났다”며 “자신을 태워 어둠을 몰아내는 촛불처럼 온 국민이 부정행위를 바로잡을 것을 한마음으로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시국에서 “희망을 증거하고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서 성탄의 의미가 발견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거룩한 성탄을 맞아 사랑이 대한민국과 북한 동포, 세계에 충만하길 바란다”며 나눔과 섬김을 강조했다. 그는 “최순실 사태로 인한 탄핵정국 여파로 연말 불우이웃 돕기 손길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며 “나라가 어려울수록 소외된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앞서 13일 종단 총본산인 조계사 앞에 성탄 트리 모양의 등을 밝히며 이웃종교를 위해 성탄을 축하했다. 또 축하메시지를 통해 “내 안의 밝음을 살피고 서로의 온기에 의지해 살아가자”며 “정의로운 이웃들과 함께 빛을 낼 때 우리는 어느 곳에서건 세상의 주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성탄 메시지 전문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이사 9,1)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절망의 어둠 속에 희망의 빛으로 오신 구세주의 탄생을 기리는 예수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 세상에 오신 구세주의 은총이 여러분과 온 세상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특별히 북녘의 우리 형제자매들, 고통 중에 신음하는 이들,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구세주의 자비와 사랑이 충만하기를 빕니다.

올해도 예수님께서는 아기의 모습으로 인간과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 아기를 세상을 밝히는 빛이요, 절망과 고통을 극복하여 구원으로 이끌어 주는 구세주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구세주께서 스스로 자신을 낮추어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다는 것은 큰 희망을 선사합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외국과의 전쟁에서 참혹한 피해를 입고 침략자들에게 짓눌려 완전히 희망을 잃고 살면서도 구세주께서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이때 이사야 예언자는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이사 9,1)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 빛의 힘으로 변화된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인간의 욕심이 아닌 하느님의 뜻, 사랑과 자비를 중심으로 살게 되면 모든 것이 정의롭게 이루어져 평화로운 왕국이 될 것입니다.(이사 11,4-8 참조)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점점 더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에 빠져 피폐해져 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흐름도 자국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 지도자들의 문제로 심각한 정치적 불안정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경제 상황도 점점 더 나빠져 서민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정의를 세우려는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불안정과 혼란이 장기화되는 것을 크게 염려하는 실정입니다.

정치가들은 공동선 추구를 통한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합니다. 현재의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당리당략과 개인의 욕심을 뒤로하고 공동선을 먼저 생각하면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국민들을 마음으로부터 섬기는 본래의 직분에 충실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국정을 책임진 지도자들이 자신에게 부과된 엄중한 책임을 자각하여 하루빨리 정국 안정을 확립하고 국민들의 안정과 행복을 추구하는 데 앞장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이번의 현실이 우리나라의 정치와 모든 분야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게’(이사 11,1)하시는 하느님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주시는 분입니다. 그 하느님께서 희망의 빛으로 당신의 외아들 구세주를 우리에게 보내주셨습니다. 구세주께서 우리나라가 새롭게 변화될 수 있도록 은총으로 돌보아 주시기를 간청합시다. 특히 주님의 은총이 정치인들과 함께 하시어 그들이 지혜와 바른 선택, 용기와 절제의 덕을 지녀 우리나라를 바르게 이끌어나가도록 열심히 기도합시다.

우리 교회 역시 겸손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성의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이 성탄의 정신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어 줄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 교회가 스스로 성탄의 정신대로 사랑과 희생, 자비와 정의의 행동을 보여줄 때 우리 교회는 참으로 한국 사회 안에 구세주께서 살아계심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가 힘들고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교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겨레와 사회를 위한 사랑의 봉사자들로서, 성탄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면서 성탄의 신비를 살아야 할 때입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구세주의 세상 구원사업에 협력하는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들레헴 마구간에 태어나셨을 때 양을 치던 목자들은 천사의 전갈을 듣고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 경배하였습니다.(루카 2,15-20 참조) 우리도 그 목자들처럼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께 다가가 경배드립시다. 희망의 빛으로 오신 그분을 우리 마음 안에 받아들여서 혼란과 절망을 털어버리고 힘차게 일어섭시다. 그리고 그 빛 안에서 신앙인답게 살면서 그리스도의 빛을 세상에 비출 수 있도록 작은 빛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우리 모두 늘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갑시다.”(이사 2,5) 그 빛의 힘으로 우리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새롭게 태어나 세상을 비추는 또 다른 빛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주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가 이 시대 모든 사람들과, 특히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공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공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성탄 메시지 전문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2:14)

거룩한 성탄을 맞아 낮은 곳으로 임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대한민국과 북한 동포들과 나아가 온 세계 위에 충만하기를 바라며,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의 오심은 비움이고, 낮아짐이며, 죄악으로 가득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멸시받고 천대받는 자들의 친구였으며, 병든 자들을 치료하는 위로자였습니다. 죄인을 정죄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무거운 죄의 짐을 대신 지시고 십자가의 길로 가셨습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모든 물과 피를 쏟으신 대속의 사랑으로 인해, 우리는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졌으며 진노에서 벗어나 은혜 안에 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큰 사랑을 경험한 우리는 이제 우리의 자리에서 작은 사랑을 실천하며, 예수님의 나심을 전한 목자와 같이 기쁘고 복된 소식을 만방에 전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합니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의 여파로 연말 불우이웃 돕기 손길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소외된 이웃을 향한 사랑 실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섬김과 나눔은 우리의 사명입니다.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섬김과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나눔은 예수님의 삶이었고, 우리가 순종해야 할 길입니다. 성탄의 참된 의미를 마음 깊이 되새기며 소외되고 병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며, 품고 보듬어서 상처를 싸매주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성탄 메시지 전문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마태복음 1장 23절)

대림절 초에 불을 밝히고 구주 강림을 간절히 기다리며 성탄을 맞이합니다.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뻐하며 찬양합니다. 죄악으로 인한 흑암과 절망의 땅에 구원을 선포하고 빛과 희망을 주고자 탄생하신 예수님의 은총이 우리 사회와 온 만물 위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올해의 대림 촛불은 광화문 광장과 전국 곳곳에서 피어오른 촛불과 함께 밝혀졌습니다. 몇몇의 사람에 의한 국정농단과 우리 사회의 고질병 같은 많은 부조리가 한 통속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자신을 태워서 어둠을 몰아내는 촛불의 본래의 의미처럼 온 국민이 ‘부정행위’를 바로잡을 것을 한마음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난 시대는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 있었고, 그 속에서도 권력을 쟁취한 소수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통 받았습니다. 오늘날에는 천민자본주의의 지배 아래 권력을 가진 소수의 ‘부정행위’로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성육신처럼 상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증거하고 또한 그것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서 성탄의 의미가 발견되어야 합니다.

마리아는 주님 탄생의 의미를 확신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누가복음 1장 47절)고 노래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까? 하늘을 위협하듯 높이 솟은 뾰족탑의 교회를 향한 찬송으로 머무르지 않는지, 국가 권력의 쟁취가 곧 기독교 정신의 실현으로 곡해되고 있지는 않는지, 이웃사랑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소외된 약자들을 혐오하지는 않는지, 무엇보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기독교인의 의무를 저버리지는 않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준비합시다. 아기 예수의 탄생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가난한 사람, 차별받는 사람, 죽임당한 사람. 주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오셨고 또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가장 연약한 존재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특별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기위해 탄생하신 그리스도의 은총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주님께서 여러분들과 함께 계십니다.”

2016년 성탄절을 맞이하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그림 5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그림 5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성탄 메시지 전문

지혜로운 빛으로 오신 예수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자, 빛 가운데 머문다’고 하셨습니다.

내 안의 밝음을 살피고,서로의 온기에 의지하며 살아갑시다.

민생 웃음과 경제 활력은 당장의 실천이어야 하면서,사랑의 힘 안에 있는 희망찬 미래입니다.

온화함을 넓혀가는 것이 곧 지혜로운 행동입니다.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더 많은 이웃이 함께 평화와 안녕을 누릴 수 있도록 합시다.

정의로운 이웃들과 함께 빛을 낼 때, 우리는 어느 곳에서건 세상의 주인입니다.

예수님 오신 뜻을 살피어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오늘, 서로가 고마운 관계임을 알고 사랑을 실천해, 성숙하고 건강한 세상으로 나아갑시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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