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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판정 비판을 보며

입력
2017.10.0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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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1일자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대한 파리바게뜨 및 경영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6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근무 실태 문제를 제기한 직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진행되었다. 그 감독 결과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점 근무 제빵기사를 불법파견으로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고, 파견법에 따라 파리바게뜨에게 직접고용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파리바게뜨와 경영계, 경제지는 고용노동부가 가맹사업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노동법을 적용함으로써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이를 옮겨 퍼뜨리고 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가맹사업법을 오해하고 업계의 현실을 살피지 않았다는 이들의 비판은 과하고 적절하지 않다.

첫째, 가맹사업법 제5조는 가맹본부의 준수사항으로서 ‘상품이나 용역의 품질관리을 위한 계속적인 노력’과 ‘가맹점사업주와 그 직원에 대한 교육ㆍ훈련’, ‘가맹점사업주의 경영ㆍ영업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조언과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지해서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의 채용ㆍ평가ㆍ임금ㆍ승진 등에 대한 기준을 자신이 정한 것은 경영 활동에 대한 지원이고, 업무 지시를 한 것도 품질관리를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대상이 된 제빵기사는 가맹점 소속 직원이 아니라 ‘협력업체’ 소속 직원이라는 점에서 파리바게뜨의 항변은 어색하다.

애당초 법이 가맹본부에게 요구한 것은 가맹점주와 ‘그’ 소속 직원에 대한 교육ㆍ훈련이지 협력업체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관점에서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의 인사권을 행사한 것을 ‘가맹점’의 경영 활동에 대한 지원이라는 말도 옳지 않다. 제빵기사에 대한 업무 지시가 품질 관리를 위한 활동이라는 변명 역시 ‘업무’는 과정이고 ‘품질’은 그 결과라는 점에서 사리에 어긋나는 점이 있다.

둘째, 제빵기사의 근무 실태를 볼 때 파리바게뜨가 이들을 지휘ㆍ명령한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파리바게뜨는 통합 채용 사이트를 통해 일괄적으로 제빵기사 입사지원을 받고 면접합격자에 대한 교육ㆍ평가를 실시하며, 협력업체는 본사가 정한 일정 점수 이상인 자에 한해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제빵기사의 기술 습득과 전반적인 업무 지시ㆍ감독 역시 파리바게뜨가 맡고, 출ㆍ퇴근시간 등 근태상황은 본사 시스템에 기록된다. 제빵기사에 대한 업무평가도 파리바게뜨가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에 따라 제빵기사의 임금과 승진 및 본사 입사 여부가 결정된다.

이런 사업 구조에서 가맹점주는 스스로의 노하우를 축적하기 어렵고, 파리바게뜨에 종속되게 된다. 가맹점주는 제빵 기술을 습득할 수 없고, 제빵기사는 가맹점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에서 속해 있으며, 그들의 희망은 좋은 평가를 받아 본사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도 마찬가지다. 가맹점 제조 지원 및 근태관리 시스템 등을 본사가 운영하고, 제빵기사의 교육 프로그램마저 본사가 맡는 상황에서 협력업체의 전문성이 형성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 큰 쟁점은 독립된 것처럼 보이는 파리바게뜨, 가맹점 및 협력업체가 실제로는 본사의 사업 목적을 달성하는 단일한 기업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구조에서 가맹점과 협력업체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자율적인 기업의 지점 및 사업부와 다르지 않고, 그 운명(運命)은 본사에 전적으로 종속된다. 즉 파리바게뜨가 처음부터 제빵기사의 근로계약상 사용자라고 볼 여지마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에 그친 것이 오히려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이런 때늦은 논쟁을 계속하기보다는 제빵기사 등 모든 당사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의논해야 할 시점인 듯하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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