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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브렉시트 무수단 한반도

입력
2016.06.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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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짙은 한반도 안보 기상도

끝없는 군사대결 끝은 민족파멸

대혼돈 속 활로찾기 지혜 모아야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 발사 장면.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 발사 장면.

장마전선이 남해 먼바다로 물러나 장마철인데도 한반도 상공은 연일 쾌청하다.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 초가을 분위기까지 풍긴다. 하지만 한반도 상공의 안보 기상도는 전혀 다르다. 북한의 중장거리미사일(IRBM) 무수단 발사 성공 충격파 속에 브렉시트 초대형 태풍이 덮쳤다.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한반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폭풍우가 언제 몰아칠지 모른다.

세계 정치, 경제질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브렉시트다.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으로 해외요인에 특히 취약한 우리 경제에 어떤 충격파가 미칠지가 우선 걱정이지만 군사안보 분야의 불확실성 증대도 엄청난 부담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신고립주의 대두는 2차대전 후 미국 주도 세계 안보질서에 큰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ㆍ중의 G2 패권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게 틀림 없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고차방정식 풀이에 두 강국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남중국해 영유권 긴장에 부정적 변수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사정거리 3,000~4,000㎞에 달한다는 무수단 미사일은 한반도 전략 균형을 뿌리째 흔든다. 남한에 대한 직접적 위협보다는 주일미군 기지와 괌 기지를 사정거리에 넣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한미가 그 동안 발전시켜온 군사대응 태세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거기에 소형 핵탄두를 탑재하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했다면 재앙적 상황이 된다. 김정은은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국놈들을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큰 소리다.

박근혜 정부는 과연 이런 상황을 헤쳐나갈 역량이 있을까. 지금까지 해온 깜냥에 비춰 솔직히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은 무수단 발사 시험 하루 뒤 청와대에서 가진 전군지휘관 격려 오찬 자리에서 “북한의 도발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계속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새로울 게 없다.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때마다 했던 말들이다. 무수단과 브렉시트 사태가 불러온 위기상황을 타개할 믿음직스러운 구상이나 방향 설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수단 발사를 계기로 고고도미사일체계(사드) 배치를 서두르자, 북 미사일 발사 장소를 선제 타격하기 위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을 앞당기자 등의 목소리가 높다. 자체 핵무장 및 전술핵 배치 주장도 거세질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또 다른 위협수단을 들고 나올 게 뻔하다. 핵과 미사일 외에도 생화학무기 등 북한의 공격 수단은 무궁무진하다. 남북간 창과 방패 게임이 끝없이 계속되다 보면 한반도 긴장은 브레이크 없이 고조되고 그 끝은 한민족 절멸 상황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지난달 말 미국의 민간 안보전문 정보회사 ‘스트랫포’는 ‘북한 정밀타격 작전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B-2 스텔스 폭격기 10대 이상, 현존 최강 F-22스텔스 전투기 24대, 핵잠수함과 이지스함 등에서 발사되는 600발의 순항미사일로 북한의 핵시설과 주요 군사시설을 단번에 초토화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북한은 장사정포와 생화학무기, 단거리 미사일, 특수부대 침투와 사이버 공격을 동원해 보복 공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확전을 염두에 두고 대규모 전쟁도 준비해야 한다는 대목도 있다. 그들에겐 선택 가능한 군사게임의 하나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민족 전체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민족 파멸로 끌려들어가는 어리석은 게임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 브렉시트와 무수단 등으로 대혼돈의 문이 열렸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 상황이다. 그러나 카오스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한다. 요동치는 미ㆍ중 패권 싸움에서 운신할 틈을 확보하고, 과대망상ㆍ허장성세에 매달린 김정은 체제와의 공존 방안을 찾는 게 관건이다. 정부에만 맡길 수 없는, 정파와 진영을 초월해 찾아야 할 활로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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