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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갑질에 불법까지 드러낸 한진그룹 총수 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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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갑질에 불법까지 드러낸 한진그룹 총수 일가

입력
2018.04.20 19:5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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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과 불법행위가 잇따라 폭로되면서 재벌가의 족벌 경영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던지기로 시작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은 조 전무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과 음식 내던지기 폭로로 번졌다. 이들 모녀가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고 물건을 던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행태는 경영자와 직원의 관계가 아니라, 상전과 머슴의 관계라고 해야 할 정도다. 이미 장녀 조현아 칼네트워크 대표는 ‘땅콩 회항’으로 감방까지 갔다 온 데다, 그의 동생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70대 노인에 대한 폭언ㆍ폭행, 뺑소니 등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여기에 조 전무와 그의 어머니까지 가세했다.

이들의 행태는 단순한 갑질로만 끝나지 않았다. 일가족이 해외에서 고가의 명품 등을 구입해 세관을 거치지 않고 대량 밀반입하는 등 불법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개인용 물품이 회사용 물품으로 둔갑하고, 항공기 부품 등으로 신고되어 관세를 면하거나 운송료까지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해외 지점장이나 승무원 등 대한항공 직원들이 동원됐고, 회사 항공기를 총수 일가의 개인 물품을 실어 나르는 전용기처럼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특히 미국 국적의 조 전무는 2010~2016년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은 국적항공사의 등기이사가 될 수 없다는 항공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가 감사에 들어갔고, 관세청은 20일 한진그룹 총수 일가 5명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5년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밀수의 경우 현장에서 잡아내지 않으면 확인할 길이 별로 없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구매한 물품을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 현지에서 선물로 활용했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 국토부나 관세청 등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그 이전부터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현저히 부실했거나, 최소한 묵인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 만하다.

이들 일가에 대한 비판이 확산될 경우 대한항공이나 진에어 등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가나 영업활동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나 재벌개혁 요구가 거세질 게 뻔하다. 불길이 더 번지기 전에 조양호 회장이 하루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게 옳다. 부인과 자녀들이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하는 결단이 늦을수록 파장만 더욱 커질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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