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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감독 독립성 해칠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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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감독 독립성 해칠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입력
2018.01.17 16:4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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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른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채용 비리 등의 문제가 터진 만큼 금감원을 더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논거에서다. 하지만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금융감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치는 일이 될 수 있다.

우선 법적 측면에서 타당성이 떨어진다. 공운법은 정부가 출연한 공공기관이나 일정 지분을 가진 기관과 더불어 정부 지원액이 총수입액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감독분담금이 정부지원액에 포함되고 그 금액이 총수입액의 반 이상을 차지하니 공공기관에 해당한다는 입장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는 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시행령에 근거한 것이다. 법은 정부지원액의 범위와 관련하여 정부로부터 업무를 위탁 받은 기관이나 정부로부터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 받은 기관의 수입액을 정부지원액으로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은 법령에 따라 규정된 해당기관의 업무로부터 발생한 부담금 등도 정부지원액에 집어넣고 있다. 이것은 법이 정한 정부지원액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기재부는 금감원을 공운법상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분류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법적 타당성이 떨어진다. 금감원은 정부로부터 위탁 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금감원은 설립 근거법인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금융위설치법) 제37조에 따라, 명시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및 제재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국제적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적 감독 기준 제정 기관은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감독 핵심 원칙의 하나로 강조하고 있다. 예산과 운영의 자율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예산 통제가 더 강해지고 운영의 자율성은 더 없어질 게 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회원국 금융제도를 평가하면서 우리나라 감독기구의 독립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른 나라 예를 보더라도 타당하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는 감독기구의 예산 운영의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예산에 대한 통제는 국회나 관련 감독 정부 부처가 하는 정도이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현재의 금융위원회뿐만 아니라 기재부도 예산 및 경영 통제를 하게 되어 이중규제가 되고 기관 간의 권한충돌 문제가 발생해 혼란만 키울 수 있다.

금감원의 금융감독 독립성 확보 또한 요원해질 것이다. 지금도 금감원은 금융위의 지도 감독을 받게 되어 금융감독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늘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금융감독기구 개편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공공기관 지정은 이러한 논의 추세에도 역행한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지정을 기회로 금감원의 감독 검사 정책 업무에 대해서도 통제를 할 여지가 있어 감독의 독립성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금감원 운영상에도 많은 문제가 따를 수 있다. 공운법은 기관장 선임 등 지배구조에 있어서 개별 설립 근거법이 아닌 공운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각 기관마다 지배구조의 특수성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공운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법인 공운법이 설립 근거법인 특별법에 우선해 적용하도록 한 것은 법체계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 금감원장의 해임 사유는 금융위설치법에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운법상 경영실적 부진 사유로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다. 금융감독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경영평가도 문제이다. 공운법에 따르면 대상 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감독 검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서 정량적 지표가 없는 금감원에 대해 어떻게 경영평가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기재부가 왜 밀어붙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기재부가 ‘금융’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리고 금융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그만두어야 한다. 차제에 문제가 많은 공운법령도 손질해 마땅하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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