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원석
IT칼럼니스트

등록 : 2016.09.22 11:00

허공에서 화면 휙휙… '아이언맨' 반쯤은 된 기분

[오원석의 디지토크] 2. 증강현실의 미래, 홀로렌즈 체험기

등록 : 2016.09.22 11:00

영화 ‘어벤져스’의 한 장면.

장비를 머리에 쓰고 렌즈를 눈에 밀착하자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두 번째 손가락을 허공에 치켜들어 굽혔다 펴기를 몇 번, 머리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공간을 응시한 것이 잠깐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신선과 장기놀음을 한 것처럼 시간이 지났다.

기기를 벗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곳은 현실과 가상공간 사이의 어디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가 창조해낸 새로운 시각적 충격에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 것이다.

MS 홀로렌즈.

선, 컨트롤러 필요 없는 머리에 쓰는 AR 기기

MS가 홀로렌즈를 내놨다. 이 장비를 가상현실(VR) 장비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증강현실(AR) 기기라고 불러야 좋을지 모호하다. 현실에 새로운 세계를 덧씌워주는 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 뿐이다. 아직 개발자 버전으로만 나와 있을 뿐이고 가격이 3,000달러에 이르지만,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민첩하게 쫓는 개발자들은 이미 홀로렌즈가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을지 탐색하는 중이다.

홀로렌즈는 머리에 쓰는 AR 장비라는 의미에서 ‘증강현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AR HMD)’라고 부른다. ‘포켓몬고(Pokemon Go)’에 쓰인 AR 기술은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만 기능하는 반면, 홀로렌즈는 사용자가 속한 공간 전체를 무대로 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또, 오큘러스가 만든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가 만든 ‘HTC 바이브’ 등 머리에 쓰는 VR 기기와도 다르다. 별도의 컨트롤러와 PC와 연결하는 선이 필요한 이들과 달리 홀로렌즈는 독립된 장치이기 때문이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가 홀로렌즈에 내장돼 있다. 메모리와 스피커, 저장장치까지 탑재돼 있으니 머리에 쓰는 작은 PC라고 생각해도 좋다. 기기 정면에는 사용자의 손동작을 인식하는 센서가 있어 컨트롤러 없이 손짓으로 조작할 수 있다. VR 기기의 거추장스러운 단점을 벗어난 셈이다.

홀로렌즈를 머리에 쓰면 기기가 저 스스로 사용자가 서 있는 공간을 체크한다. 벽과 사물을 구분하고, 천장과 바닥의 경계선을 인식하는 과정이다. 이때 인식된 공간은 홀로렌즈가 메뉴판이나 3D 캐릭터, 웹 브라우저 윈도우 등 각종 그래픽 요소를 구현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웹 브라우저를 띄우면, 윈도우가 알아서 벽에 붙는다. 3D 캐릭터를 불러오면 책상이나 바닥에 캐릭터가 놓인다. 사용자가 방 안에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상의 요소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화면 정면에 떠오르는 작은 점은 마우스 포인터 역할을 한다. 클릭과 드래그 등 대부분의 명령은 이 포인터를 통해 한다. 원하는 요소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머리 전체를 돌려 시점을 이동하면 된다. 원하는 위치에 포인터를 두고 얼굴 앞에 집게손가락을 들어 한 번 접었다 펴면 마우스의 클릭과 같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에어탭(Airtab)’이라고 부른다.

손가락을 모았다가 활짝 펴는 동작도 재미있는 조작법이다. ‘블룸(Bloom)’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동작은 화면을 전환하거나 메뉴판을 열 때 쓰는 동작이다. 영화 ‘아이언맨2’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홀로그램 컴퓨터 앞에서 양손을 활짝 펼치는 장면이 떠오르는 조작법이다.

홀로렌즈에서 웹 브라우저를 실행해 벽에 붙인 모습.

VR, AR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적 충격

에어탭과 드래그, 블룸 등 기본적인 연습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응용프로그램(앱)을 실행해봤다. 가장 먼저 메뉴판에서 MS의 ‘에지(Edge)’ 웹 브라우저를 실행했다. 홀로렌즈가 인식한 벽 위에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여러 웹 브라우저 창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 정면 벽에는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를 띄워두고, 뒤쪽 벽에는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뒤에서 동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앞쪽 벽을 바라보며 웹서핑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크기로 창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으니 빔프로젝터가 부럽지 않다.

‘홀로그램’ 메뉴도 MS가 홀로렌즈 안에 기본으로 탑재한 앱이다. 3D로 구현한 각종 캐릭터가 들어 있다. 캐릭터를 선택하면 크기와 위치를 지정해 방 안에 놓아둘 수 있다. 3D 그래픽 디자이너나 건축가라면 모니터 안의 사물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홀로그램 3D 캐릭터는 바로 이 갈증을 해소해준다. 캐릭터가 어떻게 구현돼 있는지 모든 방향에서 감상할 수 있다. 기존에는 모니터 속에서 캐릭터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바라봐야 했다면, 홀로렌즈 세상에서는 사람이 직접 캐릭터 주변을 맴돌며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일부 앱을 제외하면 다양한 앱을 동시에 실행할수도 있다. 가령, 홀로그램 앱으로 책상 위에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자동차를 불러낸 상황에서 방 한쪽 벽에 웹 브라우저를 걸어두고 웹서핑을 즐기는 일도 가능하다. 홀로렌즈가 그리는 미래는 작은 모니터 안에서 멀티태스킹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멀티태스킹 공간으로 활용하는 세상이 아닐까.

보통의 작업뿐만 아니라 홀로렌즈가 만들어내는 게임 환경도 새롭다 홀로렌즈에 기본으로 탑재된 게임 앱 ‘프래그먼츠(Fragments)’가 대표적이다. 캐릭터들과 대화를 통해 미스터리를 추리하는 게임으로 상황에 따라 캐릭터가 사용자 옆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가상의 캐릭터가 사용자 바로 옆 책상에 비스듬히 걸터앉는 모습을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친구와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홀로렌즈의 게임 앱 ‘로보레이드’

UX/UI는 여전히 숙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불편한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디스플레이 크기가 너무 작다는 점이 문제다. 공간 전체에 여러 홀로그램 요소를 불러와 배치해도 결국, 디스플레이 영역에 들어온 것들만 눈에 보인다. 기대한 것만큼 넓은 시각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공간을 인식하는 능력도 다소 모자라다.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벽과 천장, 바닥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의자나 책장, 전등 등 다양한 사물이 있는 좁은 공간에서는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장비의 소형화, 경량화도 머리에 쓰는 AR 기기가 가진 숙제다. 휴대용이 아닌 사무실이나 방 안에서만 쓰는 기기라고 해도 579g이나 되는 무게는 누구든 장시간 버티기 힘들 정도로 묵직하다.

물론, 좁은 시야각과 공간 인식 능력은 앞으로 더 정교하게 발전할 것이다. 체험할 수 있는 앱 개수가 모자라다는 점도 앞으로 개발자가 해결해 줄 것이고, 장비의 소형화는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홀로렌즈가 당장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사용자조작환경(UI)이다.

홀로렌즈의 에어탭은 PC에서 마우스로 왼쪽 클릭하는 동작을 모방한 것이다. 드래그 역시 마우스로 클릭한 후 이동하는 조작법을 그대로 따 왔다. 홀로렌즈에서 마우스 포인터 역할을 하는 중앙의 작은 점은 그 자체로 마우스의 홀로렌즈 버전이다. 음성인식과 음성명령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모든 조작을 음성으로 대체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홀로렌즈 조작은 포인터를 활용한 마우스 클릭이 주가 된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흥미로운 AR 기기를 만들어 냈지만, MS는 여전히 윈도우 운영체제의 조작법을 답습하고 있다. 손가락을 인식해 대상을 선택하는 동작은 마우스의 기본 메커니즘을 허공에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 허공에 팔을 들고 있는 동작은 불편할뿐더러 사용자를 금방 지치게 한다. 마우스 조작은 윈도우에서만 완벽할 뿐이다. 평면이 아닌 실제의 공간, 디스플레이가 아닌 홀로그램이라면 마우스와는 다른 새로운 조작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오원석 IT칼럼니스트

무거운 무게와 손가락을 인식해 클릭하는 조작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오원석의 디지토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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