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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LP사운드가 스마트폰속으로… 디지털을 입은 아날로그

입력
2017.09.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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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음원 디지털 파일로 저장하는 턴테이블

야쿠르트 아줌마 냉장카트 타고 경쟁력 쑥쑥

아모레 방문판매 사원들이 고객 집을 방문하고 있는 자료 사진.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 방문판매 사원들이 고객 집을 방문하고 있는 자료 사진. 아모레퍼시픽 제공

“띵동! 띵동! 아모레에요~.”

분명 옆집 초인종이 울렸지만 앞집, 뒷집 아줌마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모레 판매원’이 들어간 그 집으로 모여든다. 이내 옆집은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방이 된다.

1980년대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유명 백화점 등을 제외하면 화장품을 사러 갈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화장품 방문 판매원이 한번 방문을 하게 되면 동네 여성들이 모여들곤 했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최희숙(74)씨는 “당시에는 화장품 판매원 수가 많지 않아서 연락을 하기도 힘들었고 연락이 되더라도 오려면 열흘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많아 한 집에 온 동네 엄마들이 모여들 수 밖에 없었다”며 “판매원이 들고 온 화장품이 아니면 살수가 없어 원치 않은 제품을 사는 경우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과거 방문 판매원들의 상징이었던 커다란 화장품 가방은 이제 방문 판매원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최신 미용 기계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판매원들은 최신 미용 기기로 고객의 피부 타입이 무엇인지, 어떤 점이 취약한지 정확히 분석해 주는가 하면, 피부 변화를 체크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기록한 뒤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관리를 해 준다.

‘아날로그’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익숙함에 디지털의 편리함을 하나로 묶어야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 사원이 태블릿PC에 저장된 고객의 피부 관련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 사원이 태블릿PC에 저장된 고객의 피부 관련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방문판매가 아날로그 채널이라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도입해 방문 판매원을 ‘디지털화’ 했다. 실시간으로 최종 소비자가 누구고, 어떤 구매자가 어떤 제품을 얼마나 구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LG생활건강도 전용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소비자 정보 관리, 방문판매 사원 교육 등을 진행한다. ‘화장품 아줌마’로 인식되던 방문판매원은 ‘라이프 스타일 전문 상담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스킨십 마케팅’으로 유명한 야쿠르트 아줌마들도 정보기술(IT)을 만나 젊은 층에게도 매력적인 방판 채널로 진화하고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손수레나 큰 가방을 들고 다니는 대신 지난 2014년부터 ‘세계 최초의 달리는 냉장 카트’를 타고 골목길을 누비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야쿠르트 아줌마의 모습. 한국야쿠르트 제공
1970년대 후반 야쿠르트 아줌마의 모습. 한국야쿠르트 제공

냉장 카트로 인한 방문판매 경쟁력이 강화되며 그에 맞춰 출시한 제품들도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해 출시된 ‘콜드브루 커피’는 연말까지 매출 300억원을 달성했고 ‘끼리치즈’는 하루 평균 2만개 이상 팔리고 있다. ‘얼려먹는 야쿠르트’는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이 올라올 정도로 화제를 모으며 젊은 층 취향 저격에 성공했다.

아날로그 기기도 디지털을 만나 진화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와 태블릿PC 등을 생산하는 레노버는 지난해 11월 ‘요가북’이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요가북’은 전자 펜으로 손 글씨를 작성할 경우 그대로 태블릿PC에 저장이 되는 기기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요소를 적절하게 결합했다. 이 제품은 당초 목표치를 훌쩍 넘겨 출시 3개월만에 1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손 글씨를 쓰면 태블릿PC로 저장되는 ‘요가북’. 레노버 제공
손 글씨를 쓰면 태블릿PC로 저장되는 ‘요가북’. 레노버 제공

아날로그 제품에 대한 관심은 전자기업, 카메라업체 등 다양하다. 소니는 지난해 LP 레코드의 아날로그 음악을 원음에 가깝게 디지털 음원으로 저장할 수 있는 ‘PS-HX500’라는 턴테이블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집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LP 음원을 스마트폰, 카오디오 등 포터블 기기를 통해 밖에서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음악을 디지털로 매우 쉽고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대지만 아날로그 음악에 대한 오디오 애호가들의 향수도 여전해 이들을 겨냥한 제품을 내 놓게 됐다”고 말했다.

LP 레코드의 아날로그 음악을 원음에 가깝게 디지털 음원으로 저장할 수 있는 턴테이블. 소니 제공
LP 레코드의 아날로그 음악을 원음에 가깝게 디지털 음원으로 저장할 수 있는 턴테이블. 소니 제공

주산 부활과 함께 전자 주판도 활용되고 있다. 전자주판을 컴퓨터나 태블릿PC에 접속하면 주판알의 움직임을 센서로 인식해 학생들의 주산수업 내용을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쌍방향 인터넷 생방송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학생들의 수업 상태나 학습진행 정도를 원격 코칭 하는 것도 가능하다. 빅 데이터(Big Data) 분석을 통해 학생들이 문제풀이 시 자주 틀리는 내용을 확인해 유사한 유형을 반복 학습할 수도 있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갈수록 복잡하게 진화하는 스마트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반대로 아날로그 특유의 여유와 단순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요즘 젊은 층은 아날로그의 따뜻한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편리한 제품을 찾고 있어 기업들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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