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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일제 학교’가 대안이다

입력
2018.04.12 17:4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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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최근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ㆍ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요지는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확대해 이른바 ‘초등 돌봄 절벽’ 문제를 해결하고 부모의 일ㆍ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현재 33만명 수준인 초등 돌봄교실 이용 아동 수가 2022년 53만명이 된다. 통계청의 2016년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5년 초등학생 수는 약 250만명이다. 계획대로라면 전체 초등생 중 약 20%를 수용하게 된다. 초등생 272만명 중 33만명이 이용(12%)한 2015년의 두 배 수준이다. 어떻게 볼 것인가?

당장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일ㆍ가정 양립이 어려운 많은 부모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해 자녀 돌봄 과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던 부모에게 초등학교 입학은 새로운 어려움을 안겨 준다. 아이가 오전 수업만 하고 귀가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다닐 땐 오후 늦게나 저녁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었지만, 학교에 입학하면 오후부터 마땅히 그렇게 할 곳이 없게 된다. ‘초등 돌봄 절벽’이라는 용어가 나온 배경이다. 그래서 초등 돌봄교실이 확대되면 아이들의 ‘학원 뺑뺑이’도 많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큰불이 났는데 소방차는 오지 않고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우리와 유사한 초등 돌봄 절벽 문제를 경험한 독일은 2015년 현재 전체 초등생의 34.5%가 ‘전일제 학교(Ganztagsschule)’를 통한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다. 2002년 당시 초등학교 전일제 과정 이용 학생 비율이 4.2%에 불과했고,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인 합계 출산율은 1.3명이었다. 그런데 2015년은 1.49명, 2016년에는 1.59명이 됐다. 물론 초등 전일제 학교만이 출산율 상승 요인은 아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일ㆍ가정 양립 확대를 가능케 한 정책 변화 등 가족정책 전반에 걸친 대전환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한때 초저출산국에 분류됐던 상황에서 독일은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초등 돌봄 절벽 문제에서 비켜난 아이들의 비율이 35%에 가까운 독일의 출산율이 1.5명이라면, 2022년 그 비율이 20% 수준이 될 한국의 경우 출산율 변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전일제 학교 참여 초등학생 비율이 21.5%였던 2009년 당시 독일의 합계 출산율은 1.36명이었다. 그러면 우리도 2017년 1.05명에서 2022년 1.3명대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다. 여성의 독박 육아와 경력 단절,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교육ㆍ돌봄비용과 주거비용, 낮은 삶의 질 등 문제가 그렇게 빨리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내놓은 정부 초등 돌봄교실 확대정책은 학교교육 과정의 근본적 개혁이라기보다 저소득 가족, 한부모 가족, 맞벌이 가족만을 대상으로 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부모의 상황과 관계없이 모든 아이에게 동등한 교육과 돌봄의 기회를 보장하려고 시도하는 독일 등 서유럽국가의 전일제 학교로의 개편 전망이 이번 대책에는 빠져 있다.

교육부의 돌봄교실,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서비스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초등 돌봄서비스 체계를 어떻게 통합 운영할지에 대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여전히 우왕좌왕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대다수 아이의 종착점은 학원이 될 것이다. 부모의 초등 돌봄 절벽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다수 서유럽국가는 전일제 학교를 통해 해결 주체가 되었다. 사교육 시장으로 부모를 내몰지 않았다. 그 대열에 처음 참여하지 않았던 독일은 한때 초저출산 국가였다. (돌봄)교실이라는 소화기가 아니라 (전일제)학교라는 소방차를 동원해 불(초저출산 현상)을 끄는 시도를 시작할 때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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