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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트럼프, 언론과 77분간 정면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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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트럼프, 언론과 77분간 정면대결

입력
2017.02.1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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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질문을 받으려 하자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질문을 받으려 하자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언론과 정면 충돌했다.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지명자의 사퇴로 인해 새 노동장관 지명자로 알렉산더 아코스타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당초 짧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날 기자회견은 77분에 이를 정도로 길어졌다. 트럼프는 이 시간 대부분을 언론의 정부 비판을 방어하며 분노를 쏟아내는 데 할애했다.

트럼프는 집권 한 달이 안돼서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사퇴하는 등 혼란스런 집권 초기를 보내고 있지만 “백악관엔 혼란이 없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정부가 “미세조정된 기계”처럼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정부와 경제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문제를 물려받았다. 솔직히 국내와 국외 모든 게 다 엉망진창”이라며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무능력을 암시한 후 “이 모든 것을 잘 다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플린의 보좌관직 사퇴에 대해서는 ‘정보를 유출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사퇴의 원인이 된) 정보유출은 명백한 사실이고, 뉴스는 가짜다. 대부분의 뉴스는 가짜다”라고 반복했다. 플린이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대러제재를 주제로 대화한 것도 “어차피 내가 명령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트럼프는 다른 비판에도 격렬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캠프가 선거 이전부터 러시아와 대화해 왔다는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대해서 ‘가짜 뉴스’라고 단언했고 “러시아와는 아무런 개인적 거래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反)이민 행정명령도 “부드럽게 진행되다가 나쁜 법원 결정에 막혔다”며 새로운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자회견에선 해프닝도 발생했다. 트럼프는 흑인의원들의 모임인 의회흑인코커스(CBC)와 대화하겠느냐는 에이프릴 라이언 아메리칸어번라디오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에 “그건 당신들의 친구인가, 만남을 주선하겠느냐”고 응답했다. 이후 트럼프가 CBC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질문한 기자가 흑인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CBC는 기자회견 직후 “트럼프에게 지난 1월 19일 만남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지만 응답이 없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는 유대인 잡지 ‘아미 매거진’의 제이크 턱스 기자가 “유대교 사원에 대한 테러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자 “나는 가장 유대교에 친밀한 사람이고 가장 반인종주의적”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으며 “자리에 앉으라. 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입을 막았다. 턱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 질문을 잘못 이해했다.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후에 “그 질문은 당신 개인의 유대교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실제 유대교를 향한 테러 위협에 대한 것”이라고 재차 질문하자 “반유대주의는 나를 반대하고 증오를 퍼트리는 쪽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유대주의 문제를 다뤄온 시민단체 반명예훼손연대의 조너선 그린블래트 대표는 “트럼프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비판자와 언론을 공격하는 데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 문제에 관한 언급도 나왔지만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 전 보좌관과 키슬략 대사 사이 통화가 있었다는 보도가 언론에 ‘유출’된 점을 비판하며 “북한과 같이 정말 정말 중요한 사안을 다룰 때 이런 일이 일어나면 되겠느냐”고 언급했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밝힐 이유가 없다. 그들이 알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공개하는 것은 거부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1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9%에 그쳤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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