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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잃어버린 서울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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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잃어버린 서울 재건축

입력
2018.03.09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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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위에 재건축 신청 ‘0건’

안전진단 용역 취소도 잇따라

역전세난 우려 인접 지역까지

3만여 가구 다산신도시 등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 풀려

서울 이번주 매매 상승폭도 둔화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재건축 단지 아파트 안에 안전진단 진행과 관련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재건축 단지 아파트 안에 안전진단 진행과 관련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성수기인 봄이 왔는데도 재건축 추진 아파트엔 오히려 찬 바람이 더 강해지고 있다. 정부의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적용과 서울시의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 등에 재건축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서두르던 주민들은 조합 신청 움직임을 접고 관망세로 돌아섰고, 강남 지역조차 역전세난의 조짐 속에 아파트값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진행될 예정이던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는 재건축 조합 신청 건이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아 연기됐다. 도계위는 서울시의 재건축 중요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곳으로, 지난 해 재건축 정비사업이 한창 진행될 때에는 한 회의당 10여건의 신청이 몰리기도 했다.

간발의 차이로 안전진단 강화 조치를 피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들의 용역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과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5차,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 등은 최근 안전진단을 위한 용역사 입찰을 취소했다. 다른 단지들도 안전진단 용역을 계속 추진해야 할 지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가장 심하게 반발해 온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 주민들도 혼란에 빠졌다. 일부 단지는 비용 문제 등으로 이탈 조짐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권은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에 전세 보증금 분쟁과 역전세난을 걱정하는 처지까지 내몰렸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는 이주 결정 및 관리처분 인가가 최종적으로 나야 조합 단위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집주인은 이 때 해당 대출 자금으로 전세금을 돌려준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의 개입으로 전세금 반환 일정과 대출 시점이 어긋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세금을 예정된 시기에 주지 못할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고가 분양 아파트를 겨냥한 정부의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도 재건축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청약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아파트)의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분양계약자의 중도금 집단대출에 보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이날 철회했다. 상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이 아파트를 운좋게 분양 받더라도 수억원에 달하는 중도금(분양가의 60%)을 자력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 벌써부터 자금 조달 실패로 계약을 포기하는 물량이 무더기로 쏟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재건축 시장 수요가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계층 위주로 쪼그라들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일대에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총 3만2,000여가구 규모인 다산신도시 입주가 올 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 화성에서도 2,994가구, 시흥과 김포에서도 각각 2,695가구, 2,526가구의 입주가 진행 중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이 불확실해진 30년 넘은 강남 아파트 전세보다 조금 출퇴근이 불편해도 수도권의 새 아파트로 가려는 선택이 늘고 있다”며 “잠실 미성이나 진주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최근 2,000만~5,000만원 떨어졌는데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협공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도 크게 둔화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2% 상승하는 데에 그쳤다. 이는 2월 마지막 주 상승률(0.21%)의 절반 수준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송파구는 전주(0.48%) 대비 3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치는 0.13%를 기록했고, 강남ㆍ서초구도 전주 상승률에서 반토막이 났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단기간 급등한 가격에 대한 부담과 재건축 시장 위축 등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며 “수도권 택지지구 신규 공급물량 등에 따라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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