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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꿈에 떠난 허니문 졸지에 피마른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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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꿈에 떠난 허니문 졸지에 피마른 여정

입력
2015.07.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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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결제 차질… "햄버거로 끼니"

신혼여행이 악몽으로 변한 발라시아 림니오티(오른쪽), 콘스탄티노스 파트로니스 부부가 2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지도를 보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신혼여행이 악몽으로 변한 발라시아 림니오티(오른쪽), 콘스탄티노스 파트로니스 부부가 2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지도를 보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국내의 그리스 국민들뿐 아니라 관광객 등 해외에 있는 그리스인들도 정부의 자본통제로 은행 거래가 불가능해지면서 큰 곤란을 겪고 있다. AP는 2일 그리스인 부부가 꿈에 부풀어 떠난 미국 신혼여행이 자국의 경제위기 사태로 악몽으로 변한 사연을 소개했다.

그리스군 헬기 엔지니어인 콘스탄티노스 파트로니스(39)와 발라시아 림니오티(36) 부부는 지난달 6일 그리스 항구도시 볼로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으로 3주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카리브해까지 횡단할 계획이었다. 꼬박 1년 동안 모은 돈으로 비행기 표와 숙박비를 선결제하고 여행 경비도 넉넉히 준비했다. 그리스에선 주로 현금을 쓰는 이들 부부는 여행을 위해 그리스 은행 2곳에서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발급 받았다.

순조롭던 여행계획은 뉴욕에 도착하고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맨해튼 호텔에서 45달러 추가요금을 카드로 결제하려고 했지만 승인을 거절당한 것이다. 그리스가 디폴트 위기를 맞아 지난달 29일부터 자본통제를 실시하면서 해외로 자금 이체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안 남은 현금으로 호텔 추가요금을 낸 이들은 곧 계좌에서 한 푼도 인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끼니를 때우며 버텼지만 돈은 금방 바닥났다. 림니오티는 “배가 고프다, 이틀 동안 울기만 했다”며 “뉴욕에서 홈리스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밥을 굶던 부부는 결국 지난달 30일 뉴욕에 있는 그리스정교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교회로부터 350달러를 받아 귀국길에 오르는 3일 전까지 끼니는 거르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그리스 출신으로 뉴욕에서 일하고 있는 한 언론인도 부부의 소식을 듣고 성금을 보냈다. 부부는 이들에게 “반드시 돈을 갚겠다”고 말했지만 모두 “선물로 생각하라”고 답했다.

림니오티는 AP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 있는 다른 그리스인들이 우리처럼 빈털터리 신세라는 이야기를 친척들로부터 들었다”며 “미국 병원에 있는 환자들은 병원비도 못 내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림니오티는 그러면서 그리스 사태에 대해 “그리스 국민이 게으르거나 잘못해서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을 전 세계가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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