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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봤나요? 산으로 신혼여행 간 이야기

입력
2015.06.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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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에서 많이 걸으면 싸운다’는 법칙은 이 부부를 비껴갔습니다. 지난 5월 백년가약을 맺은 남편 백우정(30)씨와 부인 곽보연(28)씨의 얘깁니다.

누군가 결혼 소식을 건네면 으레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라고. 두 사람은 제 질문에 조금 독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그들은 “우리는 알프스로 트레킹을 떠난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미혼인 기자의 마음에 터질 것 같은 부러움을 안기고 말이죠.

부부의 목적지는 알프스의 뚜르 드 몽 블랑(Tour du Mont Blanc). 몽 블랑은 스위스 명품 브랜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알프스 산맥 최고봉(4,807m)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뚜르 드 몽 블랑은 이 봉우리를 둘러싼 둘레길을 말합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을 거치는 이 길은 보통 프랑스의 산악 마을인 샤모니에서 시작되고 종료됩니다. 1924년 열린 동계올림픽 1회 개최지인 샤모니는 트레킹 뿐만 아니라 각종 패러글라이딩, 알파인 스키 등 산악스포츠와 레저로 유명한 곳입니다. 산자락으로 파고 든 동화 같은 산악 마을들도 아기자기한 볼 거리를 제공합니다.

샤모니 생 미셸 성당에서 휴식을 취하는 부부/2015-06-22(한국일보)
샤모니 생 미셸 성당에서 휴식을 취하는 부부/2015-06-22(한국일보)

하지만 많은 부부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결혼식이 끝나면 보통 한적한 휴양지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은 이 때문이죠. 두 사람이 알프스로 트레킹을 떠난다고 했을 때도 “백발백중 힘들어서 싸울 것이 분명하다”는 예측이 난무했습니다.

트레킹 여행은 준비 과정부터 험난한 것이 사실입니다. 사진발 잘 받는 원피스는커녕 변화무쌍한 산 기후에 맞춰 겹겹이 챙겨 입을 옷을 잔뜩 챙겨야 합니다. 알프스에는 수많은 트레킹 코스가 거미줄처럼 퍼져있기 때문에 사전정보를 바탕으로 미리 코스를 탐사해보는 과정도 필수입니다. 정보를 많이 알아야만 여행하는 자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부부의 조언입니다.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휴양지와는 달리 A부터 Z까지 스스로 챙겨야 합니다. 녹록지 않은 결혼 준비와 여행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합니다.

신혼여행에서 참고한 지도들. 여름산과 겨울산 지도가 따로 있을 만큼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2015-06-22(한국일보)
신혼여행에서 참고한 지도들. 여름산과 겨울산 지도가 따로 있을 만큼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2015-06-22(한국일보)

알프스의 수많은 미봉들 중 부부가 트레킹을 하기로 결정한 곳은 마터호른(Matterhornㆍ4,478m). 네 개의 경사면이 피라미드처럼 만나 하늘을 강하게 찌르는 듯한 마터호른은 미국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사 로고에 등장하는 봉우리로 알려지기도 했죠. 깎아지르는 듯한 마터호른의 암벽을 정복할 수도 있겠지만 한 걸음 물러서 마터호른의 절경을 한 눈에 담는 것 또한 이 도도한 봉우리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마터호른에서 10㎞ 정도 떨어진 체르마트(Zermatt)는 마터호른을 볼 수 있는 수 많은 트레킹 코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마을입니다. 특히 tvN의 '꽃보다 할배' 팀이 방문하면서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알프스 고지대에서는 몸에 무리가 없도록 천천히 등산을 하는 것이 좋다/2015-06-22(한국일보)
알프스 고지대에서는 몸에 무리가 없도록 천천히 등산을 하는 것이 좋다/2015-06-22(한국일보)

우정씨와 보연씨는 체르마트에서 수네가(Sunnegga)의 5대 호수를 거치는 호수 트레킹을 경험했습니다. 다섯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이 코스의 백미는 거꾸로 마터호른이 거꾸로 매달려 비치는 라이 호수(Leisee)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고 호수 표면이 잔잔해야만 호수에 비친 마터호른을 뚜렷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수네가 트레킹 중 마터호른의 봉우리를 감상하는 부부/2015-06-22(한국일보)
수네가 트레킹 중 마터호른의 봉우리를 감상하는 부부/2015-06-22(한국일보)

처음 가족이 되어 떠난 여행에서 우정씨와 보연씨는 도시와 문명에서 벗어나 대자연, 그리고 서로를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특히 알프스에서 고산병 증세로 고생했던 보연씨는 남편과 싸우기는커녕 서로의 뜨거운 사랑을 재확인했다고 하는데요. 보연씨는 “끙끙 앓고 있는 나를 극진히 보살펴 주는 남편의 모습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겹쳤다”고 말합니다. 두 사람은 벌써 다음 여행지를 떠올리며 “같이 걸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하네요. 특별한 신혼여행을 꿈꾸는 분들, 알프스 트레킹도 후보 리스트에 올려두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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