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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웃지 못한 만우절

입력
2017.04.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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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알려진 만우절의 ‘거짓말하기’는 지구촌 공통의 이벤트다. 선의가 드러나는 거짓말은 속은 사람도 유쾌하게 한다. 그래서 매년 더 기발하고 참신한 거짓말이 경쟁하듯 속출하고, 때로는 진짜보다 더 그럴듯한 가짜가 등장하기도 한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 기꺼이 속아주는 만우절 마케팅이 트렌드가 될 정도다. “청소년입니다”라고 하면 따지지 않고 무조건 청소년 요금만 받는 영화관이나,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뽑아 경품을 주는 유통업체들도 생겨난다.

▦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방송을 내보낸 뒤 ‘스파게티 나무’ 재배법을 묻는 시청자들의 전화로 홍역을 치른 영국 BBC 방송, 용이 실존한다고 해 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세계 최고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기사는 만우절의 역대급 거짓말로 꼽힌다. 우리 언론도 만우절과의 ‘악연’이 적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총격 암살됐다는 가짜뉴스에 속아 MBC와 YTN이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가 사과방송 하는 촌극을 빚은 적도 있다. 지금도 만우절만 되면 국제부 기자들은 너무나 진짜 같은 가짜 해외뉴스의 진위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흘리곤 한다.

▦ 웃자고 하던 거짓말이 범람하는 가짜뉴스(fake news)로 심각해졌다. SNS를 온통 도배하다시피 하는 가짜뉴스 때문에 국론이 분열되고 거짓 선동이 판치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일등공신이 페이스북 등 SNS의 가짜뉴스라는 비난에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정신나간 생각”이라고 반박했지만, 대선 기간 중 페이스북 가짜뉴스에 대한 이용자 반응이 다른 언론사 뉴스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는 가짜뉴스 4건과 진짜뉴스 2건을 섞은 뒤 진위를 맞추는 테스트를 한 결과 6건 모두를 맞춘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는 조사도 있었다.

▦ 세계 언론인들이 올해 만우절 다음날인 4월 2일을 ‘국제팩트체킹데이(IFCD)’로 제정했다. 그러나 인터넷과 IT기술, SNS의 날개를 달고 판치는 가짜뉴스를 이렇게 해서 판별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은 뉴스 소비자의 이성과 상식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 유럽 언론들은 올해 만우절 가짜뉴스를 송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악의적인 가짜뉴스 때문에 만우절 풍속도가 사라지는 것이 씁쓸하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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