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시대 무덤서 “불 사용 의식 흔적 발견”

정선 매둔동굴 전경. 문화재청 제공

강원 정선군에 있는 매둔동굴 안에서 불을 피운 흔적이 있는 청동기시대 무덤이 발견됐다. 청동기시대 매장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올해 2월 매둔동굴 발굴조사를 진행한 연세대 박물관은 최대 두께가 18㎝에 이르는 청동기시대 재층에서 인골 4구와 유물 등을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재층은 전체적으로 기원전 12~8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선 매둔동굴 단면.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에 따르면 재층은 크게 윗부분의 백색 재층과 아랫부분의 회색 계열 재층으로 구분된다. 인골 2구는 백색 재층 바로 위에 안치돼 있었고, 나머지 2구로 추정되는 뼈들은 재층 속에 흩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정선 매둔동굴에서 청동기시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뼈가 발견됐다. 문화재청 제공

정선 매둔동굴에서 청동기시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뼈가 발견됐다. 문화재청 제공

청동기시대 동굴무덤과 인골은 이전에도 확인된 적이 있지만 불과 관련된 흔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단은 “두꺼운 재층으로 미뤄볼 때 시신을 묻기 전 불을 이용한 의식이 먼저 행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선 매둔동굴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 화살촉. 문화재청 제공

정선 매둔동굴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 빗살무늬 토기. 문화재청 제공

회색 계열 재층에서는 신석기시대 빗살무늬 토기 조각과 청동기시대 돌화살촉이 함께 발견됐다. “매둔동굴에 거주했던 청동기인들이 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과거 신석기시대에 형성된 지층의 상부 지점에 퇴적돼 있던 빗살무늬토기 조각 등이 청동기 시대 재층 안으로 뒤섞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조사단의 설명이다. 연세대 박물관은 사람 뼈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시신의 성별, 나이, 체질, 무덤의 성격 등을 밝혀나갈 계획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