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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할 거 같아” 정선에서 깬 질주 본능

입력
2018.02.21 15:3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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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피아 고지아,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금메달

소피아 고지아(가운데)가 21일 강원 정선군 정선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팀원들과 기뻐하고 있다. 평창=EPA 연합뉴스
소피아 고지아(가운데)가 21일 강원 정선군 정선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팀원들과 기뻐하고 있다. 평창=EPA 연합뉴스

“부상으로 쉬고 있을 때, 린지 본(34ㆍ미국)과 같은 정상 선수들의 레이스를 지켜보면서 저 곳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렇게 금메달을 땄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여자 활강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소피아 고지아(26ㆍ이탈리아)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다. 그는 황홀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unbelievable)”를 연발했다. 고지아는 21일 강원 정선군 정선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경기에서 1분39초22로 이탈리아 선수 최초로 여자 활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3~14시즌 월드컵에 데뷔한 고지아는 2016년 11월 처음으로 월드컵 시상대에 오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화끈하고 친화력 좋은 성격 덕분에 자신의 우상인 본과도 금방 친해졌다. 그의 경기 스타일도 성격과 똑 닮아 거칠었다. 앞만 보고 슬로프를 질주하는 주법 덕택에 그에게 이탈리아 최고의 알파인 스키선수 자리에 올랐지만 그만큼 부상의 위험도 컸다. 그는 2015년 왼쪽 무릎 수술로 오랫동안 스키를 신지 못 했고 오른쪽 무릎에는 3번이나 칼을 댔다.

그의 스키 인생에 반전의 계기를 가져다 준 곳이 바로 정선이다. 그는 지난해 3월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활강 경기에서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의 기쁨을 맛 봤다. 이튿날 슈퍼대회전 금메달도 그의 몫이었다.

고지아는 이후 정상급 활강 선수로 거듭났다. 우승 2번, 준우승 2번을 거둬 시즌 랭킹 1위로 뛰어올랐다. 이날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자 스키 선수로 등극했다.

고지아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여기서 처음 우승했을 때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한다는 게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알았다”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내가 린지 본에게 이겼지만, 그는 내가 오래 존경했던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내가 금메달을 땄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나는 아직 폭발하지 않은 화산인데, 지금은 폭발할 거 같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선은 슈퍼스타 본에게도 특별한 곳이다. 지난해 11월 타계한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미군으로 참전했는데, 할아버지가 머물렀던 곳도 정선 인근이다. 이날 동메달을 차지한 본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할아버지를 기리는 듯 하늘을 올려다 봤다. 그는 “할아버지도 오늘내 경기를 보고 계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정선=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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