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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김정은 원하는 건 경제... ‘비핵화 없인 협력 없다’ 원칙 고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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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김정은 원하는 건 경제... ‘비핵화 없인 협력 없다’ 원칙 고수해야”

입력
2018.03.15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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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로 민심 동요하자

김정은 전략적 결단 대화나서

美, 韓ㆍ日 불신 감내하면서까지

‘북핵 동결’ 용인할 이유는 없어

北美 모두 아직은 서로를 의심

연락사무소 개설해 신뢰 축적을

文정부, 국제 공조 함께 나서며

원칙 지켜야 北美 중재자 가능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이다. 2003년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장관 직을 수행했다. 온건ㆍ합리적 성향의 비(非)외무고시 출신 학자여서 임명될 당시 파격 인사로 평가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분과 간사를 맡아 ‘평화번영정책’의 틀을 짰다. 모교인 서울대로 돌아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일하다 2016년 정년 퇴임, 현재 명예교수 신분이다. 1951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이다. 2003년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장관 직을 수행했다. 온건ㆍ합리적 성향의 비(非)외무고시 출신 학자여서 임명될 당시 파격 인사로 평가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분과 간사를 맡아 ‘평화번영정책’의 틀을 짰다. 모교인 서울대로 돌아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일하다 2016년 정년 퇴임, 현재 명예교수 신분이다. 1951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67)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반도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낙관하는 편이다. 더 이상 핵ㆍ경제 병진 노선 추진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ㆍ미사일 개발 시간을 벌기 위한 기만 전술로서가 아니라 망가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전략적 결단 차원에서 핵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보기로 마음 먹었을 공산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비핵화가 저절로 실현되는 건 아니다. 4, 5월 잇달아 열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가 얼마나 꾸준히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하고 이게 북한에 얼마나 먹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윤 교수 주장이다. 그는 14일 본보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우리가 원하는 건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가 아니라 폴리시 체인지(정책 교체)’라는 한결같은 신호로, 우리 정부는 ‘비핵화 없이는 경제 협력도 없다’는 원칙으로 각각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_김 위원장의 전향(轉向)을 어떻게 봐야 하나.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그가 핵을 안보ㆍ외교ㆍ경제적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면 전략적 결단이고 핵 포기 의사 없이 제재나 군사훈련을 약화하고 시간을 버는 목적만 갖고 있다면 전술적 술책인데, 전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다. 김 위원장은 2013년 핵무력 완성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뒤 일단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해 왔다. 핵무장으로 재래식 군비 투자를 줄이고 절약한 비용을 경제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가 작동하기 시작한 지난해 그런 양수겸장(兩手兼將)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대북 경제 제재는 북한 엘리트층의 수입원을 차단하고 주민 민심을 동요시키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 더불어 예측 불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빈번한 군사 옵션 거론에 김 위원장이 상당한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핵무력 완성으로 협상 지렛대를 확보했다는 자신감도 없지 않았을 거다.”

_입구엔 들어선 듯하다. 비핵화라는 출구로 나갈 수 있을까.

“일단 북한 입장에서는 핵을 갖고 있으면서 경제난으로 인한 정치적인 리스크를 수용할지 말지의 문제라고 본다.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 보장을 받아내거나 미국과 수교하면서 핵 문제를 적절히 바터(교환)하는 식으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선택을 김 위원장이 한다면 출구가 보일 수 있다.”

_트럼프 정부가 자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북한이 포기하면 핵 동결을 용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이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거다. 동맹국 안보를 챙기지 않는다는 한국과 일본의 불신을 감내해야 하는 데다, 핵 동결을 수용해도 사찰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어차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위해 들어가는 품은 비슷하다. 한 단계 낮은 목표를 설정할 이유가 없다.”

_예전처럼 북한이 협상하다 말고 뛰쳐나가지는 않을지 미국은 의심한다.

“핵 폐기 조건으로 북한이 뭘 요구하는지를 보면 김 위원장의 의지나 약속을 믿을 만한지 가늠할 수 있다. 과거처럼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파기 요구를 반복한다면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미가 받아들이기 힘든 비현실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합의 이후 이행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북한이 사찰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냐를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파견을 수용할 것인가, 의심되는 모든 시설들을 개방해 사찰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등이 도전 과제다.”

_미국을 신뢰하지 못하기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미 수교 문제를 비핵화나 평화협정 협상과 별도 트랙으로 다루면서 협정 문서화 전에라도 급한 대로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는 합의 정도가 먼저 이뤄진다면 북미 상호 간의 신뢰를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_한미에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신뢰를 만드는 건 일관성이다. 특히 미 정부가 일관되게 보내야 할 대북 메시지는 ‘우리는 레짐 체인지를 원하지 않는다. 그걸 위해 노력하지도 않을 거다. 우리가 원하는 건 폴리시 체인지다. 당신네가 핵 정책을 바꾸는 거다. 그것만 약속하면 해(害)는 전혀 없다. 이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문제는 남북 정상회담 때도 논의돼야 한다. 비핵화는 북미의 당면 문제이니 우리는 가볍게 다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북한이 원하는 남북 경협은 제재 때문에 비핵화와 긴밀히 연결된다. 그래서 북측 입장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_우리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 신년사에서 밝힌 원칙, 즉 비핵화 없이는 남북 협력도 어렵다는 원칙을 분명히 고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도 전세계가 동참하고 있는 대북 제재가 빨리 풀려야 남북 협력 진전이 가능하다. 국제 공조 체제에서 섣불리 이탈해서도 안 되고 경협 논의 과정에서 그럴 수 있다는 기색을 비쳐서도 안 된다. 원칙을 지켜야 미국도, 북한도 우리를 신뢰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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