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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졸혼(卒婚), 정신건강의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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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졸혼(卒婚), 정신건강의 적신호

입력
2017.05.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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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기다. 결혼을 안하고 마흔이 넘어서도 싱글 라이프를 유지하는 남자들의 이야기, 혼밥, 혼술을 즐기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TV에 달콤하게 그려진다. 일과 생활에 치이는 사람들에게는 자유롭고 간섭을 받지 않는 자신만의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다. 여기에 더해서 졸혼(卒婚) 이라는 낯선 단어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백일섭씨가 졸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일본이 원조이다. 일본어로는 ‘소츠콘’이이라고 한다.

이혼과는 달리 결혼 계약은 유지한 채로 각자의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가 사이가 좋지 않아 따로 떨어져 사는 별거와 비슷한 형태이지만 별거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의미를 희석하고 부부 각각의 독립적인 삶을 능동적으로 택했다는 의미를 더해서 만든 신조어이다.

졸혼이란 단어가 먼저 만들어진 만큼 일본에서도 중년 이후 부부의 졸혼이 늘어나고 있다. 부부가 결혼을 하고 20년 정도가 지나면 50대 초반이 된다. 남편이 은퇴하고 아이들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독립하게 된다. 부부간에 같이 지내야 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부부간에 대화와 소통의 훈련을 해 본 적이 없는 부부에게 남아도는 시간은 큰 부담이 된다. 중년 이후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편이 집에서 삼시세끼를 먹는 ‘삼식이’라고 할 정도이다.

혼자 지내는 생활이 처음에는 신선하고 젊을 때 못다한 즐거운 생활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옆에서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배우자가 있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오래지 않아 느끼게 된다.

혼자 지내는 경우에 대부분 간섭 받지 않고 술을 마시게 된다. 식사는 규칙적이지 않고 거르게 되기 일쑤이다. 국내외 여행을 다녀 보려고 하지만 예전 같지 않고 여기 저기 아프게 되고 기억력도 떨어지게 된다.

건강이 안 좋아지면 의심이 많아지게 된다. '내가 큰 병에 걸리지 않았을까? 암에 걸리지 않았을까' 걱정을 하다 보면 잠이 잘 오지 않고 여기 저기 아프게 된다. 식사를 하기도 싫고 우울한 기분에 잠기게 된다. 그러다가 배우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생각하다가 의심이 생기고 의부증이나 의처증에 빠지게 될 수 있다. 혼자 집에서 나오지 않고 지내다 결국 자신이 가족들로부터 고립되었다는 허탈감이 몰려오게 된다.

자녀들을 위해 모든 것을 덮어 버리고 대화 없이 자신의 일에 매몰되어 살아간다면 은퇴 이후 자신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경제적으로 가족을 위해 봉사한 것 만으로는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오늘이라도 늦지 않았다. 부부간에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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