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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두 달, 아직도 ‘반쪽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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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두 달, 아직도 ‘반쪽 정부’

입력
2017.07.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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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에 前 정부 장관과 불편한 동거

공약 이행 차질… 지휘 계통도 엉망

정부조직법 개정안, 상임위서 발목

시한부 부처도 승격 부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어수선

10일 오전 김은경 장관 취임 후 열린 첫 환경부 간부 회의. ‘물폭탄’ 수준의 폭우가 수도권, 강원, 충청 등 중부지방을 강타하면서 댐 수위 관리 등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날 보고 안건은 물론 논의 사항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새 정부에서 수량 관리(국토교통부)와 수질 관리(환경부)로 이원화된 물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기로 했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한 달 넘도록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환경부는 일찌감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국토부 소관이라 정보를 얻을 길도 막막해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통합이 안 된 상황에서 장관이 상황 보고를 받을 수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5월10일)한 지 이날로 꼭 두 달이 됐지만 국정 운영이 아직도 헛바퀴를 돌고 있다. 여러 정부부처의 장관이 아직 임명되지 못했고, 일부 부처는 폐지 또는 신설 통보만 받아놓은 채 기약 없이 대기 중이다. 공무원들은 “대통령 임기 중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벌써 두 달을 까먹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위원회를 포함한 장관급 정부부처 23곳 중 이날까지 9개 부처 장관이 아직도 임명장을 받지 못했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처도 7곳이나 된다. 물론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지만, 출범 18일 만에 장관을 전원 확정한 이명박 정부는 물론 뒤늦게 후보자 지명을 한 2개 부처를 제외하고 출범 두 달 안에 모든 부처 장관이 취임한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서도 너무 더딘 행보다.

장관 인선 지연에 따른 전ㆍ현 장관의 거북한 동거는 국가 주요 업무의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송영무 후보자가 장관으로 지명된 지 11일로 한 달을 맞는 국방부가 대표적이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민구 장관이 사실상 ‘식물 장관’으로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국방부는 ‘샌드백’ 신세다. 5일 열린 국회 국방위가 단적인 사례다. 전날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 대책을 묻는 질문에 한 장관은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는데 그쳤고 여지없이 여야 의원들의 뭇매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베를린 연설 이후 통일부는 발 빠르게 후속조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강 건너 불 보듯 시간만 때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청와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과정을 문제 삼아 국방부를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지휘 계통마저 엉망이 됐다.

통상 4월에 단행돼 온 장성 인사가 3개월째 미뤄지며 일선부대의 지휘공백은 더 심각하다. 내달 중순 시작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지휘할 합참의장부터 교체 대상이지만 장관 임명이 미뤄지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위협은 갈수록 험악해지는데 군 지휘부는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국정 운영 ‘골든 트라이앵글’의 두 축으로 지목한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역시 장관 임명 지연으로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는 장관 사인 하나면 해결할 수 있는 ‘양대 치침’(일반해고ㆍ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 폐기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고, 보건복지부 역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아동수당 도입, 치매 국가 책임제 도입 등 굵직한 공약 사항 이행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무직 고위 인사의 인선 지연은 각 부처별 주요 간부 인사 지연으로 이어져 업무공백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장관(부총리)과 2명의 차관 인사는 끝났지만, 차관급인 외청장(통계ㆍ조달ㆍ관세청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1급(차관보 및 예산ㆍ세제실장 등) 및 주요 국장급 인사가 줄줄이 미뤄진 상태다.

장관 인선 지연만이 문제는 아니다. 부처 통폐합 및 신설, 부처간 업무 이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달 9일 발의된 이후 한달 넘게 국회 상임위에서 발이 묶여 있다. 업무를 넘겨줘야 하는 부처나 받아야 하는 부처, 특히 ‘시한부’ 통보를 받은 부처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행정자치부로 흡수될 운명인 국민안전처는 개점 휴업인 채로 생명 연장을 하고 있다. 박인용 안천저 장관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줄곧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곧 침몰할 배의 선장과 다름없다. 한 달 전 류희인 차관이 임명된 이후엔 그마저도 주요 업무는 류 차관이 맡고 박 장관은 매일 아침 열리는 ‘국민안전관리 상황 보고회’ 등 무색무취한 일정 정도만 챙긴다. 외청으로 분리되는 소방청,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세부조직안도 나오지 않아 직원들 역시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안전처 한 관계자는 “누가 짐을 싸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는데 업무가 손에 잡히겠느냐”고 했다.

반대로 26년 만의 부처 승격에 들떠 있던 중소기업청이나 차관급 격상이 예고된 통상교섭본부는 법이 통과되지 않아 새 수장을 맞지 못한 경우다. 직원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막상 중요한 현안에는 손을 쓰지 못할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 관련 한 간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좀더 적극적인 대응을 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10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됐지만 여러 정부부처의 장관이 아직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의 모습. 류효진 기자
10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됐지만 여러 정부부처의 장관이 아직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의 모습. 류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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