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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배 속에 우리 가족을 둘 수 없어” 눈물 속 선상 종교 의식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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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배 속에 우리 가족을 둘 수 없어” 눈물 속 선상 종교 의식 열려

입력
2017.03.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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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해역 인근에서 열린 4대 종교 행사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온전한 수습을 기원하며 노란 장미꽃을 바다로 던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7-03-28(한국일보)
28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해역 인근에서 열린 4대 종교 행사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온전한 수습을 기원하며 노란 장미꽃을 바다로 던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7-03-28(한국일보)

“은화 엄마의 피울음, 다윤 엄마의 혼절하는 슬픔에 기대어 세월호 참사를 ‘적당히’ 슬퍼하고 9명의 이름을 ‘적당히’ 기억하며 살아온 우리를 용서하소서.”

28일 낮 12시10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 해역 인근 ‘무궁화 5호’ 선상에서 오현선 호남신학대 교수가 울먹이며 기도문을 읽어 내려가자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8)씨와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47)씨가 어깨를 떨며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이날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호’를 찾은 무궁화 5호에서는 미수습자 가족 6명과 4대 종교(천주교 원불교 개신교 불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수습자 9명의 온전한 수습을 기원하는 종교 의식이 치러졌다. 양승진 단원고 교사의 부인 유백형(56)씨는 오 교수가 준비한 노란 장미꽃을 바다로 던지며 “여보 3년 동안 고생 많았어요, 며칠만 더 고생해”라고 읊조렸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수습자 가족들의 소원은 ‘유족이 되는 것’이다. 녹슬고 찢겨진 세월호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에는 잠시라도 가족을 배 안에 둘 수 없다는 게 미수습자 가족들의 한 마음이다. 이씨는 “시간을 2014년 4월 15일로 돌리고 싶지만 이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소한 가족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릴 4월 17일로 돌려 보내 달라”고 말했다.

임무에 투입된 무궁화 5호는 잔잔한 파도와 해풍 덕에 반잠수선 인근 100m까지 가까이 접근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선체 구석구석을 휴대폰 사진으로 찍었다. 작업을 벌이던 상하이샐비지 직원들도 반가운 듯 무궁화 5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날 미수습자 추정 유골이 발견됐다 동물 뼈로 번복되는 ‘소동’이 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무궁화 5호는 반잠수선 인근 해역을 떠나면서 경적을 세 번 크게 울렸다. 미수습자ㆍ희생자ㆍ생존자에 대한 위로이자, 세월호에 대한 작별 인사였다. 김 선장은 “25년 항해를 했는데 세월호처럼 처참한 모습은 처음 본다”며 “세월호도 3년 동안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팽목항을 찾는 추모객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경기 일산시에서 온 조형진(56)씨는 “인양 소식을 듣고 휴가를 내 가족과 함께 뒤늦게 팽목항을 찾았다”며 “미수습자 9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사고 이후 3년 만에 팽목항을 찾아왔다던 이미숙(49ㆍ전북 익산)씨는 “그 동안 죄를 지은 것 같았는데 이제서야 빚을 갚은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제도와 법을 바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도=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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