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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석 시승기] 진정한 독일차 마니아를 위한 세단, 폭스바겐 파사트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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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석 시승기] 진정한 독일차 마니아를 위한 세단, 폭스바겐 파사트 GT

입력
2018.05.1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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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오 오토모티브 코리아의 오경석 과장이 폭스바겐 파사트 GT 시승에 나섰다.
발레오 오토모티브 코리아의 오경석 과장이 폭스바겐 파사트 GT 시승에 나섰다.

전 GM 출신이자 현재는 자동차 전동화 부품 영업 담당인 오경석 과장이 폭스바겐 파사트 GT 시승에 나섰다. 과거 두 대의 폭스바겐을 소유하면서 폭스바겐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그에게 이번 파사트 GT는 ‘폭스바겐의 새로운 변화’를 점검하기 좋은 지표로 보였다.

자동차 부품 및 엔지니어링에 대한 지식과 폭스바겐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과연 폭스바겐 파사트 GT는 어떤 존재로 평가될 수 있을까?

*아래는 오경석 과장의 폭스바겐 파사트 GT에 대한 소감을 각색했습니다.

시승기는 총평부터 좀 하고 싶어요.

전 개인적으로 폭스바겐을 두 대를 탔죠. 성향이든 뭐든 떠나서 20만 km에 이르는 마일리지를 경험했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지금까지의 폭스바겐은 합리적인 가격에 합리적인 가치, 그리고 나름대로의 재미를 주는 차량이었죠.

하지만 이번 파사트 GT는 기존의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였는데 그 과정에서 솔직하지 못한, 일종의 꼼수들이 많이 보여서 또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있었죠.

물론 차량으로 설명하면 차량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그러나 윈드쉴드의 퀄리티 관리라던가 2열 에어밴트의 조립 품질이라던가 말도 안되는 품질이 곳곳에 보였죠. 그 모습에 전반적으로 ‘엔지니어링 스탠다드’가 하양된 건지 ‘QC’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세부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죠. 일단 칭찬을 먼저 시작하죠.

가장 먼저 차량의 파워트레인 셋업, 정말 놀라워요. 좋은 쪽으로 놀라운 거죠. 일단 엔진이 기존의 폭스바겐 디젤을 완전히 잊게 만들 정도로 정숙하고 매끄러운 느낌이죠. 가솔린 엔진만큼은 아니더라도요. 그리고 고 RPM의 소음 역시 훨씬 매력적으로 변하면서 만족감을 대폭 끌어 올렸죠.

덕분에 도심 주행과 같이 주행 속도가 느리고 정차와 가속이 이어지는 환경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디젤 엔진이라 요소수에 대한 보충과 같은 ‘귀찮음’이 분명 존재할 거에요. 물론 이 부분은 앞으로 ‘디젤 차량 오너’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니까 단점보다는 ‘특징’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다음. 변속기는 다단화가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변속기 자체의 임무에는 충실해요. 변속 속도도 빠른 편이고 변속 시 충격을 걸러주는 것도 우수한 편이죠.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파워트레인 조합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 파워트레인 조합만큼은 여느 디젤 차량과 비교하더라도 꿀리지 않는 수준이에요.

그리고 공간에 대해서도 만족할 수 있겠네요. 1열 공간이나 2열 공간 모두 넉넉한 편이고 특히 2열 공간은 패밀리 세단으로서 훌륭한 공간을 제시합니다. 다만 승차감은 조금 아쉽지만요. 이어서 트렁크 공간은 정말 만족스럽죠. 무려 586L에 이르는 넉넉한 적재 공간은 중형 세단 그 이상의 가치를 하는 부분이죠.

또한 디스플레이 패널의 활용도 좋습니다. 게기판이나 센터페시아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나 그래픽, 그리고 작동 성능도 상당히 우수했습니다. 참고로 사운드 시스템도 폭스바겐의 중형 세단이라는 것을 전제로 판단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선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서 차량의 거동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할 수 있겠네요. 세그먼트나 포지셔닝 등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특히 하체의 바운드 및 리바운드에 대한 세팅을 참으로 많이 고민한 모습이에요. 특히 이전의 차량들, 이전 세대의 차량들과 비교한다면 확실히 한층 개선된 모습을 볼 수 있죠.

그리고 브레이크 부분에서는 또 좋은 평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실제 파사트 GT의 브레이크가 가진 퍼포먼스는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고속 주행이나 급 가속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제동을 하더라도 출력을 확실히 제어하는 모습이죠. 게다가 이러한 급격한 제동 상황에서도 차량의 밸런스가 무너지지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아 사용하기 좋은 브레이크임을 알 수 있었죠. 물론 유의할 점이라고 한다면 탑승자들은 급한 제동 시에 앞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이네요.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거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 차량에 저희 회사 부품이 얼마나 적용되었는지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어쨌든 좋은 쪽, 그리고 나쁜 쪽으로도 의외의 모습이 많았어요. 사실 폭스바겐은 많은 고민 끝에 원가절감을 이뤄내는 브랜드였죠. 겉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원가절감을 추구한 것이죠. 예를 들면 운전자가 쉽게 살펴보기 어려운 곳, 혹은 ‘마이너한 부품’ 등을 다른 모델들과 공유하면서 비용을 아꼈던 것이죠.

하지만 이번 파사트 GT는 ‘단 한번의 개방’으로도 바로 볼 수 있는 B-서피스(외부 면적인 보닛을 열면 바로 보이는 엔진룸 외부 면적과 같은 두 번째 면적)에 외장 컬러 도색 및 클리어 코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죠. 폭스바겐에서 이렇게 과감하게 ‘드러내는 원가절감’을 시작했다는 점은 정말 놀라운 점이죠.

참고로 이런 결정을 한다면 분명 B-서피스를 모두 도색, 코팅했던 과거보다는 원가절감의 효율이 높아지죠. 하지만 반대로 고객 감성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난리가 날 일이죠. 제가 만약에 담당부서라고 했다면 이건 정말 때려서라도 말릴 일이라 생각해요.

이어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역시 의외의 선택이 반영되었죠.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부품 수를 대폭 줄여버린 것이죠. 물론 면발광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원가를 절감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그리고 주요 조립에 있어서도 ‘버티컬 갭’, 즉 V-갭이 상당히 큰 걸 볼 수 있었는데 이게 만약 시승차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폭스바겐의 조립 단차 기준’이 이전보다 많이 허술해졌다고 판단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드라이빙에 있어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앞에서는 사실 세그먼트나 포지셔닝을 고려하면 우수한 편이라 했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파사트 GT를 탄다면 정말 무미한, 건조한 차량이라고 느낄 수 있겠어요. 독일차 고유의 단단함이나 그로 인한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도 어느 정도 구현했지만 재미는 없어요.

스티어링 휠의 감각도 노면을 움켜쥐고 코너를 파고 드는 감성을 전달하기 보다는 ‘그냥 돌리고 돌리는’ 느낌을 주는 거죠. 전형적인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이 탑재되었을 때의 상실되는 매력이 파사트 GT에서도 그대로 상실이 되어 버린 거죠.

물론 이해는 할 수 있어요. 파사트 GT라는 차량이 스타일리시한 차량이라거나 또는 마니아들을 노리고 개발되는 차량은 아니니까요. 말 그대로 대중적이고 평범한 차량을 추구하는 게 파사트라는 차량에게 부여된 임무니까요. 하지만 그 건조함, 그리고 무미함은 계속 찝찝한 뒷맛처럼 느껴질 것 같네요.

납득할 수 있는 변화 하지만 부족한 존재

좋고 또 나쁘다고 말했지만 사실 폭스바겐 그리고 파사트 GT의 변화는 이해할 수 있어요.

기업은 자선가가 아니죠. 말 그대로 이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특색이 없지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차량을 만드는 건 꽤나 효과적인 전략이라 봅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겠지만 ‘그냥 평범한 세단’을 찾는 사람에게는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일테니까요.

다만 저한테 이 차량의 가치를 판단한다고 하면 좀 애매합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독일차만 사야겠다’ 혹은 ‘나는 독일차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는 분들이라면 즐겁게 구매하실 거 같은데 제게는 차량의 가치에 비해 가격이 다소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4천만원 초중반부터 5천만원 초중반의 가격대에는 국산차부터 수입차까지 정말 많고 다양한 대체제가 너무나 많고 다들 ‘한 성격’하는 녀석들도 많기 때문에 파사트 GT의 존재가 그리 또렷하게 보이진 않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죠. 종합적으로 차량은 나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걸론 충분하진 않아요. 그 동안 폭스바겐에 대한 불신이나 부정적인 분위기를 이 파사트 GT로는 극복하긴 좀 어려울 것 같고 지금 이 가격 정책이라면 아테온의 가격이 대략 예상이 되는데 과연 아테온도 비슷한 곤경에 처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 오경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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