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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진창에 빠진 트럼프의 팔레스타인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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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진창에 빠진 트럼프의 팔레스타인 정책

입력
2017.02.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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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인 지난 주 트럼프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만남은 이란 핵 합의를 무효화하려는 두 정상의 공통의 희망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스라엘 의회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점령지에 정착촌을 짓는 것을 합법화하는 퇴행적인 결정을 함으로서 이 문제가 새로운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친 이스라엘 성향을 드러내왔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정착촌 건설을 규탄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거부권이 아닌 기권 결정을 한 것을 트럼프는 맹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을 미루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특히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정착촌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첫 회동 이후까지 입장을 유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트럼프 취임 후 불과 수일 만에 새로운 정착촌 건설계획을 발표해 미국의 이런 의도를 원천 봉쇄했다. 이스라엘의 계획이 평화협정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새 대통령이 철회하도록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입법과정에 이런 온건한 성명은 아무런 압박이 되지 못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오히려 한걸음 더 나아가 서안지구에 수 천 채의 이스라엘 거주지를 건설하기 위해 팔레스타인들이 소유한 사유지를 정부가 수용하는 것을 합법화하기까지 했다. 이스라엘 대법원이 이 결정을 기각했음에도, 이런 움직임은 ‘두 국가 해법’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땅에 200개 이상 배타적으로 건설된 유대인 정착촌은 두 개의 독립적인 국가라는 평화적 공존에 극복하기 힘든 장벽을 드리웠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스라엘 정부는 특히 미국에 이런 현실을 합리화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왔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인 ‘그린 라인’에 가깝게 위치한 정착촌 블록이 인접한 팔레스타인의 독립 주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이스라엘은 주장했다. 땅의 교환이 가능하다는 논리에서다. 또 이스라엘 정부가 특정 ‘정착촌’이 합법적이라고 선언한 적이 없다면서 궁극적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표리부동한 주장을 여전히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전혀 설득적이지 못하다. 어쨌거나 이스라엘 정부는 승인 받지 않은 정착촌 건설을 용인했을 뿐 아니라 그 정착촌에 물과 전기, 인터넷, 군사적 보호까지 제공했다.

미국의 모든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주목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2014년 4월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직접대화는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 700채의 주택건설을 발표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 두 국가 해법의 주요한 장애물이라고 규탄하는, 트럼프가 조롱했던 그 결의안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2016년 12월까지 표결하도록 했다.

자신들의 독립국가에 포함되도록 진력하고 있는 땅에 들어선 이스라엘의 대규모 정착촌 주위를 차로 운전할 때 팔레스타인 협상가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새 정착촌을 짓기 위해 불도저가 땅을 고르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희망은 점점 더 사그라들었다. 이런 광경은 아주 흔한 일이다. 서안지구의 배타적인 유대인 정착촌에 살고 있는 이스라엘인들의 수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이 오슬로 평화협정에 서명한 1993년 이후 세배로 늘었다.

어쨌든 이제 이스라엘은 가식을 던져 버리기로 한 것 같다.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네타냐후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세 차례나 대답을 거부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이 영토와 주권에서 “제한적인 국가(state minus)”를 갖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최근 언급한 바 있다. 과거 영토의 22%에 불과한 땅을 팔레스타인 국가(서안지구와 가자)로 하기로 팔레스타인이 이미 받아들였다는 사실도 네타냐후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는 팔레스타인 땅을 더 작게 만들려고 한다. 영토와 영공, 물, 그리고 국경통과에 대한 통제권과 같은 기본적인 주권이 부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트럼프에 베팅하고 있다.

중고차 세일즈맨 같은 노련한 전략을 모두 동원한 대 트럼프 판촉에서 네타냐후는 자신이 평화에 관심이 있다고 여전히 주장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평화협상 중재역을 위임 받은 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네타냐후의 진짜 목적은 정착촌 사업에 트럼프가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과 같은 어려운 질문으로 네타냐후와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 점령지와 거기에 살고 있는 수백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앞날에 대한 이스라엘의 비전은 무엇인가? 정착촌을 지키고 확장하려는 방침이 초래한 교착상태를 타개할 복안을 이스라엘 정부는 갖고 있는가? 사실상 아파르트헤이트를 조장하는 정권에 대한 지구촌의 격렬한 반대에 이스라엘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 전역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 유대인과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가 그런 접근법을 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심지어 네타냐후가 선전하고 있는 ‘대안적 사실’까지 받아들이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하건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의회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분명 기뻐하지 않겠지만, 자신들이 정당하다는 것을 믿는다. 두 국가 해법에 관심이 없는 이스라엘 협상가들이 부정직하게 협상에 임했다는 것을 그들은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다.

팔레스타인은 더 많은 증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전략을 바꿀 것이다. 그것은 지금 횡행하고 있는 아파르트헤이트 같은 상태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두 국가 해법은 죽었다. 이스라엘이 이를 인정한 것은 단일 국가를 통해 정치적 권리를 얻기 위한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더욱 거세게 할 것이다.

다우드 쿠타브 팔레스타인 언론인ㆍ전 프린스턴대 교수

번역=황유석 논설위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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