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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靑 압수수색 거부 “특검 협조” 약속 저버린 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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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靑 압수수색 거부 “특검 협조” 약속 저버린 박 대통령

입력
2017.0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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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발됐다. 특검팀은 3일 오전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경내 진입을 시도했으나 청와대 측의 불허로 5시간 만에 철수했다. 압수수색이 무산되자 특검팀은 “청와대의 불승인 사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군사보안을 이유로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한 청와대의 행태는 노골적인 수사 방해 전략이자 꼼수일 뿐이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청와대는 특검에 제출한 불승인 사유서에서 ‘군사상 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는 형사소송법 110조 1항과 111조 1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같은 법 110조 2항과 112조 2항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승낙해야 한다’는 규정에는 눈을 감았다. 특검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청와대 내부 정보를 북한에 넘겨줄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군사보안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친다고 보기는 더더욱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 수사 대상인 피의자 신분이다. 임기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을 뿐이지 마땅히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특검팀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검찰 수사단계에서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혐의 확인에 필수 절차인 압수수색을 거부한다는 것은 청와대를 치외법권 지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특검팀은 청와대의 거부를 예상해 통상 유효기간보다 훨씬 긴 이달 28일까지 압수수색이 가능한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기간 동안 압수수색 재시도를 위한 여론 형성과 법리 축적 등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공문을 보내 불승인 사유의 부적절함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니 지켜보겠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무산과 관계없이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말로 예정된 1차 수사시한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에 매달리다 대통령 조사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무더기 증인 신청으로 헌재 재판을 지연시킨 데 이어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면조사도 무슨 핑계를 대고 기피할지 모른다. 그럴수록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명분만 쌓여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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