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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CVID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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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CVID의 진화

입력
2018.05.31 18:3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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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벌이면서 줄곧 지켜온 'CVID', 즉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비핵화(Denuclearization) 혹은 핵폐기(Dismantlement)' 원칙은 2001년 출범한 1기 조지 W 부시 정부가 제안했다. 지금은 누구나 당연한 듯 쓰지만 10년이 넘도록 이 용어의 정확한 개념과 내용은 정의되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것인지, 정작 실천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는 북한 반발 등에 부닥쳐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뤄진 탓이다.

▦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대사는 얼마전 한 토론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며 "CVID는 정치적 허튼소리(political pile of crap)"라고 꼬집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완전한' 을 '영구적인(Permanent)'으로 대체한 PVID를 얘기해 논란을 빚던 때였다. "(어떤 표현을 쓰든) '되돌리지 못할' 것은 없다"며 비관론을 앞세운 갈루치는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의 잠재적 핵무기 제조능력은 결코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말은 근사하지만 북한이 국가 생존과 존엄을 걸고 수십 년간 추진해온 핵무력을 제국주의적 헤게모니 잣대로 완전 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패전국에나 강요하는 굴욕"이라는 북한의 말처럼 주권과 관련된 문제다. 북한이 '인간 쓰레기'라고 비난한 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무작위 사찰 방식의 CVID는 죽었다 깨나도 못할 것"이라며 I(Incomplete)CVD라면 몰라도···"라고 단언한 맥락이다. 하지만 최근 북미 접촉은 북한도 한반도 운명을 포커판에 올린 핵도발과 거짓협상으로는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에 마침내 눈떴다는 얘기도 된다.

▦ 엊그제 '미국의 소리'(VOA)가 미국의 북핵 전문가 30명에게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가 가능할까'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반면 김영철ㆍ폼페이오의 뉴욕 밀담이 초미의 관심을 끄는 가운데 백악관은 "뉴욕ㆍ판문점ㆍ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미북 3각 협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확실한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 등 'CVIG(Guarantee)'조건 협의도 진전됐다는 뜻일 게다. CVID의 궁극적 진화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즉 CVIP(Peace)로 갈 수 있을까 .

이유식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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