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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1위 독주하다 3위까지 밀린 BBQ…BHC 매각이 ‘패착’

입력
2017.11.13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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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근 회장 마니커에서 독립

4년 만에 업계 1위로 급부상

BHC 인수 후 사모펀드에 매각

매출도 밀리고 가격 인상 실패

BHC와 물류 서비스 계약 파기

거액의 손배소까지 제기 당해

문정동 BBQ 본사사옥.
문정동 BBQ 본사사옥.

“꼼수 가격 인상이다.” “아니다. 가맹점 수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국내 최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보유한 BBQ는 올해 두 차례나 치킨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거센 여론의 질타에 정작 가격은 올리지 못했다.

BBQ가 올해 3월 주요 치킨 가격을 10% 올리겠다는 뜻을 밝히자, 정부는 “BBQ가 어수선한 탄핵정국 분위기를 이용해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려 한다”며 BBQ에 대해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제기했지만 BBQ는 정부 강경 태도에 놀라 가격 인상을 없던 일로 되돌렸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BBQ는 다시 치킨 가격 인상을 시도한다. BBQ는 지난 5월 ‘황금올리브치킨’을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000원(12.5%) 인상하는 등 10가지 주요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데 이어 한달 뒤에는 나머지 20여 개 품목 가격도 추가로 인상했다. 이번에도 정부와 여론은 BBQ의 가격 인상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온라인상에 ‘BBQ가 1,500원짜리 닭을 사서 1만8,000원에 파는 폭리를 취하려 한다’며 불매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더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BBQ의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에 들어가자 BBQ는 더 버티지 못하고 가격 인상을 다시 철회한다.

당시 BBQ는 가격 인상 철회 방침을 밝히며 “싸나이(사나이)답게 시원하게 용서를 구합니다” 등의 표현을 써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으며 한 차례 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두 차례나 가격을 올렸다가 이를 다시 백지화한 윤홍근 BBQ회장은 언론을 통해 소통 부족을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8년 동안 동결됐던 치킨 가격을 정상화해 가맹점주의 소득을 올리려 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홍근 BBQ 회장.
윤홍근 BBQ 회장.

마니커 영업부장에서 BBQ 회장으로

1995년 설립된 BBQ는 미원(현 대상)을 다니던 당시 40대 윤홍근(62) 회장이 회사를 나와 세운 업체다. 조선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원에 입사한 윤 회장은 미원이 인수한 치킨 유통사 ‘마니커’의 영업부에서 근무하며 치킨 업계에 첫발을 내디딘다. 당시 마니커는 부도로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줄어든 상태였는데, 윤 회장은 대리점을 일일이 방문하며 판로를 열어 반년 만에 마니커 매출을 원래 수준의 두 배로 늘리는 영업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1990년대는 프랜차이즈 산업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시기이기도 하다. 은퇴자가 늘어가고 이들이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면서 제빵, 외식, 주점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윤 회장도 프랜차이즈 사업에 치킨을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회사를 나와 BBQ를 설립한다. 하지만 윤 회장의 성공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에도 치킨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회장은 치킨에 가족이라는 개념을 결합해 기존 치킨집과 차별화한 새로운 시장을 열어 BBQ를 업계 1위 업체로 키워내는 데 성공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치킨집은 많았으나 시장의 재래 점포나 성인을 대상으로 맥주에 치킨을 같이 파는 호프집이 대부분이었다”며 “가족 단위 고객이 방문할 수 있는 치킨 전문 매장을 열고 거기에 배달 서비스를 접목하면서 BBQ 매장은 불과 4년여 만에 1,000개로 느는 등 업계 1위 업체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BHC매각 후 1위 독주 체제 종료

BBQ는 현재 국내에서 약 1,500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매장 수 기준 프랜차이즈 치킨 1위 업체다. 윤 회장은 2000년 치킨대학 설립, 2005년 올리브오일 치킨 개발, 2007년 BBQ 카페 설립 등 새로운 시도로 15년간 업계를 주도해 왔다. 특히 2004년에는 경쟁 업체였던 ‘별 하나치킨’(현 BHC)을 인수하며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며 독주 채비도 갖췄다.

하지만 경쟁업체가 점차 늘어나고 가족ㆍ배달 위주의 치킨 시장도 포화상태에 도달하면서 BBQ의 성장세가 갈수록 꺾이고 있다.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수년간 2,000억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급기야 2013년 BHC를 약 1,200억원에 사모펀드에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도 나서야 했다.

BHC 매각 후 BBQ의 1위 독주 체제는 사실상 종료됐다. 2015년 매출 기준 1위 자리를 경쟁사인 교촌에 내준 BBQ는 지난해에는 BHC보다도 떨어지는 매출을 올리며 매출기준 2위 자리를 지키는 데도 실패했다. 다급해진 BBQ는 올해 치킨 가격 인상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고 그 뜻도 실현하지 못했다.

BBQ 관계자는 “BHC 물류 센터를 사용하면서 우리 물류 매출이 BHC로 잡힌 측면이 있다”며 “올해부터 BBQ 별도 물류 센터를 활용하면 매출 기준 순위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솥밥 먹던 BHC의 거액 소송

최근 치킨 업계 눈과 귀는 과거 한가족이었던 BHC가 BBQ를 상대로 제기한 2,300억원 대 손해배상 소송에 쏠려 있다. BBQ가 2013년 자회사였던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두 회사가 한 물류센터를 같이 쓰기로 한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BHC 몸값을 최대한 높게 받으려던 BBQ는 당시 보유하고 있던 물류센터를 BHC와 묶어 팔기로 하고 사모펀사모부터 1,200억원을 받았다. 대신 BHC는 향후 10년간 BBQ 매장에 식재료와 소스 등을 공급하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회사로부터 물류 서비스를 받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신메뉴 개발 정보 등 영업비밀이 새 나가는 것이었다. 결국 BBQ는 올해 물류서비스 계약 파기를 선언한다. BHC는 BBQ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손해를 봤다며 BBQ를 상대로 지난달 2,36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BQ가 BHC에 내는 용역대금에 연 15%의 지연 손해금을 붙이고 향후 늘어날 미래 매출까지 계산한다면 손해액이 2,300억원을 넘어선다는 게 BHC 주장이다. 하지만 BBQ는 BHC에 물류센터까지 묶어 판 금액이 총 1,200억원인데 그 두 배가 넘는 금액을 피해액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BBQ 관계자는 “물류 서비스 용역대금이 월평균 10억원 정도인데 2,000억원대 피해금액을 물어내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가족 회사였기에 믿고 물류 서비스를 맡겼던 결정이 이런 결과로 돌아오니 임직원들 모두 씁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성장 동력은 크게 둔화했으나 장남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승계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 된 상태다. 현재 BBQ의 지주회사 제너시스 지분은 윤 회장이 5.46%, 윤 회장의 20대 장남 혜웅씨가 62.62%를 보유하고 있다. 혜웅 씨는 아직 학생 신분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지분상으로는 윤 회장 보다 회사 지배력이 더 높은 셈이다. 윤 회장은 치킨 소스를 생산하고 물류를 담당하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장남에게 물려주고 이 회사를 키워 지주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혜웅씨의 회사 지배력을 높여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직 윤 회장 나이가 한창인 데 회사 지분을 너무 빨리 장남에게 물려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며 “향후 아들과 생각이 다를 때 윤 회장이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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