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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근무환경 개선의 길" 2017년 대학 청소노동자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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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근무환경 개선의 길" 2017년 대학 청소노동자의 오늘

입력
2017.08.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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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신촌캠퍼스의 청소ㆍ경비ㆍ주차 노동자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대문구 교내에서 시급 830원 인상을 요구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청소ㆍ경비ㆍ주차 노동자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대문구 교내에서 시급 830원 인상을 요구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관 앞에는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소속 청소·경비·주차 노동자들이 북과 징을 들고 모여 농성을 벌였다. 현재 6,950원인 교내 노동자들의 시급을 830원 인상하라는 농성이다. 노조 측은 지난 1월부터 10차례가 넘는 교섭을 통해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2일 현재까지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연세대에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소속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이 8일간의 파업을 통해 학교와 용역업체 측으로부터 830원 인상안을 약속 받았다. 이들 외에도 고려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의 교내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1월부터 대학과의 집단교섭을 진행해왔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교 청소노동자 고용 현황
서울시내 주요 대학교 청소노동자 고용 현황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용역업체 소속의 간접고용 노동자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대학이 청소노동자들과 교섭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은 원청인 대학교가 나서야만 임금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최종 고용자인 학교 측에서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만 현실적으로 임금 인상이 가능해 매년 학교측과 협의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접고용으로 인한 문제는 임금뿐만이 아니다. 1~2년마다 대학과 계약하는 용역업체가 바뀌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매번 해고 걱정에 시달려야 한다. 10년째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청소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는 김경숙(54·가명)씨는 늘 해고 걱정에 시달린다. 김씨는 “지난해 용역업체가 바뀌자마자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혀 걱정이 컸는데 학생들이 우리 입장에서 반대서명운동을 벌여서 겨우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학내 노동자들을 간접고용하는 것은 경제적 이유가 크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대학 청소용역직 노사관계 실태와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내 간접고용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후반 이후로 늘어났다고 말한다. 지난달 청소노동자들의 시급을 인상한 광운대 홍보팀 관계자는 “수 년째 등록금이 동결되어 임금인상은 재정적 압박이 크다” 며 “ 그러나 비용 문제로 직접고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자와의 상생을 위해 임금인상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제 1캠퍼스에 붙어있는 문구들. 숙명여대는 지난달 27일 학교, 용역업체, 노동자 측이 모여 협의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930여개의 서명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김빛나 인턴기자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제 1캠퍼스에 붙어있는 문구들. 숙명여대는 지난달 27일 학교, 용역업체, 노동자 측이 모여 협의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930여개의 서명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김빛나 인턴기자

하지만 상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28일 대구교대는 청소ㆍ경비 노동자 3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경희대는 지난달 1일 국내 대학 최초로 자회사 ‘케이에코택’을 설립해 140명의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와 함께 경희대의 자회사 설립 과정을 자문한 임주환 변호사는 “경희대는 학교측과 청소노동자들이 약 2년간 모여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 긍정적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며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노동자들과 함께 대화를 하는 것이 학내 고용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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