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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북ㆍ미… 비핵화 로드맵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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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북ㆍ미… 비핵화 로드맵 ‘동상이몽’

입력
2018.03.27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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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북 강경파’ 카드 꺼내자

北, 내부 단속 나서며 불편한 기색

“동족과 손잡고 민족문제 해결을”

노동신문, 남측에 촉구하기도

美는 ‘先 핵폐기, 後 보상’ 원하고

北은 ‘동시보상’ 원칙 삼아 정반대

해빙 기류가 만들어지기 무섭게 북미가 다시 멀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강경론자들로 외교안보팀 진용을 다시 짜면서다. 민족 공조를 강조하고 내부 단속에 나서는 등 북한은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남조선에서 외세와의 공조 책동이 계속되고 있어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는 우리 민족의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제13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 등을 거론하면서다. “외세가 아니라 동족과 손을 잡고 민족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역사와 현실의 절박한 요구”라고 남측에 촉구하기도 했다.

사상전을 독려하며 체제 결속도 다졌다. 1면 사설을 통해 “온갖 이색적인 사상 요소와 현상들을 뿌리째 뽑아버리기 위한 투쟁을 강도 높이 벌려야 한다”면서다. “우리를 압살하려는 원수들의 흉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북한 반응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라인 인사에 대한 불만과 이에 따른 정책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파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후임으로 내정한 데 이어 ‘초강경 매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전 주(駐)유엔 미 대사를 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이들의 기용은 북미 정상회담 추진과 북한 비핵화 강공을 병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동결’ 성격인 이란 핵 협정까지 미국이 끝내 파기한다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가 협상 목표라는 신호를 북한에 분명히 발신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2014년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 유대인 연합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2014년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 유대인 연합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특히 볼턴 내정자가 주장해온 북핵 해법 원칙은 리비아에 적용됐던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으로, ‘동결→불능화→폐기’ 등 이행 단계별 ‘행동 대 행동’ 동시 보상을 선호하는 북한의 로드맵과 선후가 전혀 다르다. 북한은 체제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즉각 핵 폐기를 수용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실제 미국에 의해 핵 보유 기회를 빼앗긴 뒤 정권이 무너진 이라크ㆍ리비아를 반면교사 삼아 10년 넘게 핍박을 견뎌온 데다, 지난해 11월 대미 타격이 가능한 핵무력 완성까지 선포한 북한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굴욕적 협상을 감내하지만은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채규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소규모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뒤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전면 폐기하겠다고 약속하려 할 것”이라며 “수용 가능한 검증 대상도 군사 시설 전부가 아니라 미래 핵 건설 시설만이라고 강변할 것 같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측 대북특사단에 의지를 밝혔다는 ‘비핵화’가 북한만의 비핵화를 뜻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2016년 7월 북한이 정부 대변인 성명으로 제시한 5가지 원칙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것이고, 여기에는 ‘남조선에서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 철수를 선포하라’는 요구도 포함돼 있다.

여전히 압박을 지속 중인 미국을 줄기차게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 합의 사실에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 결렬 뒤까지 대비해 핑계를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우크라이나와 리비아 등을 보며 수교나 평화협정 같은 외교적 방법으로는 체제 보장이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큰 북한에게 외교 수단뿐 아니라 비핵화에 상응하는 군사적 반대급부로 한미가 뭘 줄 수 있는지가 정상회담 성패의 관건”이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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