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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결정 대신 자문위 합의 중시 ‘문무일식 리더십’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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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결정 대신 자문위 합의 중시 ‘문무일식 리더십’ 고비

입력
2018.05.17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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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관심 사건 ‘위원회’ 적극 활용

권성동 영장도 “심의 받아라” 지시

후배들 “수사 외압” 반기 들자

“민주주의 과정” 언급하며 반박

“욕먹기 싫어 위원회 의지 무책임”

“의사결정 투명성 역할” 옹호론도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논란에 휩싸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논란에 휩싸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검찰 내)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고, 이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과정도 민주주의 과정입니다.”(5월 15일 출근길 발언)

문무일 검찰총장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과 안미현 검사의 부당 압력 폭로와 관련해 이를 ‘민주주의 과정’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상명하복이라는 조직 운영 시스템과 법리를 다루는 법률 전문가 집단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말이지만 문 총장 체제의 검찰 내 흐름과 무관치 않다.

문 총장은 그간 여론의 주목을 받는 중요 사건을 처리할 때 ‘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는 독특한 조직 운영과 리더십을 보여왔다. 그러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서 외압에 연루된 현직 의원과 검찰간부 신병 처리를 결정하는 문제에까지 ‘자문단’ 심의를 받도록 문 총장이 지시한 게 알려지면서 문무일 식 사건처리 방식이 중대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문 총장은 검찰 수사에 여론의 관심이 쏠릴 때마다 검찰 내부에 설치된 위원회와 같은 자문 조직을 활용해 왔다. 지난달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로 수사를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문 총장은 이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외부 전문가들이 검찰의 수사ㆍ기소 전반에 걸쳐 심의하는 기구) 의견을 들어 결정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연루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하는 문제에서, 문 총장은 자신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수사단에 고검장ㆍ지검장으로 구성된 전문자문단의 “심의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수사 외압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현직 검사장 2명을 기소해야 한다는 수사단 의견도 전문자문단 심의를 받으라고 했다. 수사단은 이를 당초 수사 독립성을 보장한 약속과 달리 문 총장의 수사 개입으로 봤다. 검찰의 과거사 문제를 논의하는 일에도 위원회(대검 검찰개혁위원회)가 적극 활용된다.

문 총장의 위원회 활용은 정권교체 후 검찰권 남용을 경계하고, 이를 검찰 개혁과 동일시하는 외부 압력에 대응한 조치로 보인다. 칼자루를 쥔 여권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이나 검찰 권한 재조정 등의 개혁을 요구하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의 검찰개혁에 불만이 많다. 권한을 검찰 밖으로 줄 수도 없고, 과거처럼 총장 중심의 피라미드식 운영을 하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에서, 검찰 안에 위원회를 설치하는 우회로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수사지휘권을 가진 총장이 다른 사람 손을 빌려 결론을 내리는 방식에 대해 검찰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사 과정과 결과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할 검찰총장이 좌고우면한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총장이 소신을 가지고 처리해야지 골치 아픈 사건에서 욕 먹기가 싫어 위원회 결정에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측면이 있다”며 “논란이 치열한 사안도 아닌 건에서 지나치게 위원회에 의지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 내에선 조직이 변해가는 과도기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옹호론도 많다. 서울 지역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그 동안 검찰 내 의사결정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없었던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독단적으로 결정하면 당장 적폐라는 공격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서 위원회 역할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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