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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빵카페 “어르신 일자리 늘리기 위해 빵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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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빵카페 “어르신 일자리 늘리기 위해 빵 만들어요”

입력
2017.10.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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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창업 지원한

사회적기업 천년누리가 운영

경단녀ㆍ장애인도 함께 근무

‘비빔빵’ ‘쑥마늘빵’ 등 메뉴로

방송 출연 등 전국서 인기몰이

전주시청 인근에 위치한 전주빵카페는 유명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있지만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전주시청 인근에 위치한 전주빵카페는 유명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있지만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이윤을 남기려 빵을 만드는 게 아니라 어르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빵을 만듭니다. 제빵 전문가 1명이 100개 만들 동안, 어르신 10분이 100개를 만들고 있어요. 하지만 우린 생산성보다 고용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죠. 어르신의 손맛이 빵을 더 맛있게 만들기도 하고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주 완산구 서노송동 ‘전주빵카페’ 직원들은 택배 발송용 포장과 제빵 준비로 분주히 움직였다. 이곳은 최근 비빔빵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빵집이다. 전주빵카페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천년누리의 장윤영 대표 또한 제빵 준비를 도우며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 연달아 나온 뒤 주문이 밀려들어 빵 2,000개가 오후 5시면 다 팔린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 SK이노베이션의 지원을 받은 천년누리는 수익 대부분을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쓰는 사회적기업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여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 사회적기업 성공 사례로 이곳을 거론한 뒤 tvN ‘알쓸신잡’ 등 여러 방송에 잇따라 소개되며 전주의 명물이 됐다.

대표 메뉴는 비빔밥에서 힌트를 딴 비빔빵이다. 전북과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던 장 대표가 6개월간 수백 번의 실험 끝에 채소의 보존성을 살리고 수분 문제를 해결해 완성했다. 쑥마늘빵, 청국장베이글, 대파크랜베리스콘 등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메뉴도 장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장 대표는 교수 재직 시절 천년누리가 어렵다는 말에 회사 경영을 돕다가 대표이사까지 맡게 됐다. 그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자리를 통한 자립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며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차별적인 메뉴 개발은 물론, ‘시골 어르신이 농사 지은 걸로 도시 어르신이 빵을 만들어 판다’는 사실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 알리는 등 마케팅과 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장 대표가 경영을 맡은 뒤 전주빵카페는 급성장했다. 2014년 4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30명으로 늘었고 2015년 500만원에 불과하던 월 매출은 8,000만원 이상까지 늘었다. 많을 때는 1억원에 육박한다. 장 대표는 “수익이 남을 사이도 없이 고용을 늘려 올 상반기까지 계속 적자였다”며 “어르신들이 손이 커서 속재료 120g이 정량인 빵에 180~200g씩 넣다 보니 재료비가 많이 들어 마진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천년누리는 지난달 30일 전주한옥마을에 추가로 매장 문을 열었고, 13일부터는 서울 현대백화점 일부 지점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연다.

전주빵카페 직원들이 빵을 만들고 있다. 오른쪽 세 번째가 최고령자인 김차남(77)씨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전주빵카페 직원들이 빵을 만들고 있다. 오른쪽 세 번째가 최고령자인 김차남(77)씨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창업 초 1억5,000만원을 지원한 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8월 서울 워커힐호텔의 백석남 R&D센터 팀장과 백대진 베이커리 수석 셰프가 찾아 컨설팅을 해주고 노하우를 전수했다. 장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고용 창출에 계속 집중할 수 있도록 이처럼 민간과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빵카페에선 고령자,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이 함께 근무한다. 직원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다. 내년에 직원을 100명까지 늘리는 것이 장 대표의 목표다. 천년누리의 최고령 직원인 김차남(77)씨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한데 이렇게 나와서 함께 일할 수 있어 좋다”며 “고령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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