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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트럼프는 북한을 관리할 수 있나

입력
2017.02.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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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많은 미국 행정부가 그랬듯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험난한 출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심각한 도전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북한이 그 중 하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 연설에서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었고, 이를 실험할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트럼프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트위터를 날리며 행동에 나섰다. 북한 정부가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사람들은 상상만 할 뿐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통 수단을 통해 위협을 가하고 공식적인 레드라인을 설정하려고 했을지 모른다. 아니면 단지 예상을 했을 뿐이고, 북한의 기술적 진보를 인정하지 않는 데 베팅을 한 것인지 모른다. 아니면 그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사람들이 추측만 하도록 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의도가 무엇이건 트럼프는 이제 만성적인 북한 문제를 이어받았다. 1980년대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현안 리스트에 올라 있는, 툭하면 재발하는 지구적 위기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 그 위협은 실제적이다. 트럼프가 주시하는 동안 북한은 대량살상무기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북한은 새 미국 정부를 시험하는 것보다는 핵 장치와 미사일을 시험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 무기 프로그램이 한발한발 진전하자 북한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실패도 과거로부터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을 뿐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를 추구하는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은 핵무기를 추구하는 노력만큼이나 오래된 명제다. 그것은 북한의 진정한 목적을 아는 데 유용할지 모르지만(정권생존이나 지구적인 체면, 자강(自强), 지역패권 등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문제에 접근하는 데 좋은 선택지는 없다. 트럼프는 이 문제를 무시하거나 대선유세 중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던 것처럼 중국에 떠넘길 수도 없다. 효과적인 전략이 되려면 모든 형태의 미국의 힘이 동원돼야 한다. 특히 중국과의 외교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북한이 아니더라도 트럼프는 동아시아에서 다른 어려운 도전도 이어받았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에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이 지역의 핵심적 해양 수송로에 대한 안전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이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을 초래한 부패 스캔들로 진흙탕에 빠져 있다. 대선은 이르면 5월에 치러질 수도 있으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최근 좋아졌지만,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변화의 여지도 많다.

이런 복잡한 배경에서 트럼프가 북한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라도 몇 가지 분명하고도 핵심적인 요소를 갖춰야 한다. 우선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지역 동맹국과 강한 연대감을 유지해야 한다. 새 행정부는 다른 목적, 예를 들면 이들 나라와의 무역이나 군사협력 등을 추구하는 문제에서 똑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나라 모두 여론의 변화에 극단적으로 민감한 경향이 있다. 미국은 특히 한국의 혼란스런 시기에 부차적인 문제 때문에 불만을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론 이 두 동맹국을 관리하는 것은 대 중국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비하면 어려움이 덜할 수 있다. 중국에 북한 문제는 정권붕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일련의 난민사태 정도로 치부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중국 관리들의 생각은 다양하고 또 모두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의 죽음은 중국의 핵심이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국이 북한을 대체하는 나라로 부상하는 것과 같은 변화가 한반도에서 일어난다면 이는 중국이 미국과 직접 얼굴을 맞대는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격이다.

미국 선거 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중국의 전략적 지위를 뒤집는 최선의 방법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포함해 과거의 모든 관례를 재점검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듯 하다. 미국이 인정하는 유일한 중국 정부라는 소중한 지위를 되찾기 위해 중국이 결국에는 양보할 것이라는 게 이런 접근법의 배경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어법을 빌리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공사판의 하청업자가 아니다. 그리고 이는 미국 새 행정부를 실제로 압박할 수 있는 자신들의 수단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결된 채로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문제들을 다시 꺼내는 것은 양국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점증하는 전략적 불신을 악화시키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통치라는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외교정책은 어떤 목표가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한지 여부도 묻지 않은 채 너무나 광범위한 목표를 추구해왔다. 중국으로부터 주요 통상에 대한 양보를 얻는 것이 북한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보다 미국의 이익 증진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이 그런 예다.

명료한 판단으로 이 지역에서의 미국 이익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의 과제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점점 현실이 돼가고 있는, 그래서 예상보다 빨리 치명적이 될 수 있는 북한 핵 위협에 집중하기를 우리는 바랄 뿐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 학장ㆍ국무부 전 차관보

번역=황유석 논설위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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