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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정권’의 자기부정

입력
2014.06.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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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가 수업이나 특강 원고, 심지어 신문 칼럼까지 제자들에게 맡겼다는 주장이 김 후보의 직속 제자로부터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김 후보는 제자 논문을 가로채고 다른 학자의 저술을 베꼈다는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김 후보가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 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가 수업이나 특강 원고, 심지어 신문 칼럼까지 제자들에게 맡겼다는 주장이 김 후보의 직속 제자로부터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김 후보는 제자 논문을 가로채고 다른 학자의 저술을 베꼈다는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김 후보가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 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을 못 구해 사표 낸 총리를 주저앉힌 정권은 처음. 파행이 창조인가. 자기부정 행보는 더 가관. 교육 수장 후보 특기가 표절이다. 대필 지시도 일삼았다니 작문 교육도 난망하다.

“토론 수업 도중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는 ‘이 생각은 내 거야’라고 덧붙이는 미국인 학생을 보고 처음엔 생뚱맞다는 느낌이었다. (…) 하지만 그 학생만 유별난 건 아니었다. 강의ㆍ토론ㆍ글쓰기 등 교육의 모든 과정을 통해, 남의 지식을 훔치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만의 생각이나 발견을 추구하라고 끊임없이 주문했다. (…) 그런 독창성ㆍ창의성의 집적이 세계 유수의 대학들을 키우고 그 나라 국력의 바탕을 이룬 게 아닐까 싶었다. 표절은 바로 그 독창성·창의성에 대한 부정이기에 제대로 된 대학, 제대로 된 나라에서는 그토록 경멸과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표절을 뜻하는 영어 단어(plagiarism)의 어원이 납치범을 뜻하는 라틴어(plagiarius)라고 하니, 표절은 단지 지식의 절도에 그치지 않고 인간 정신의 창조성 자체를 납치하는 행위라고 비유할 만하다. 이제 우리는 학문의 창의성을 희생시켜 교수 자리를 얻어낸 인물에게 나라의 백년대계를 맡겨야 할 처지다. 그를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를 유독 강조해왔다.”

-‘납치범’ 김명수(한겨레 ‘편집국에서’ㆍ박용현 탐사기획 에디터) ☞ 전문 보기

“축구에 비유하면 글쓰기는 학자에게 있어서 공을 드리블링하는 기술과 비슷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한국 학생들이 학원에서 엄청난 돈을 들이며 사교육을 받고 있지만, 거기서 가르치는 것은 페널티킥이나 프리킥 연습이다. 우연히 기회가 주어지면 골을 넣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드리블링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상대방 문전에 갈 수 조차 없다는데 있다. (…) 내가 지난 10여 년 간 경험한 바로는 ‘open-ended (정답이 없는)’ 질문에 대한 수험생 답안지 대부분은 질문이 무엇인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작성한 것들이었다. 학생들은 질문의 단어들 중 학원에서 ‘찍어준 것’과 가장 근접한, 정해진 답안지를 기억해서 작성하는 것이다. (…) 난 우리나라 교육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립대학의 통폐합 문제, 대학구조 개혁, 입시제도의 전면적 개편과 같은 겉만 화려한 주제들에 대해서는 좀 더 천천히 논의해주길 바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교육의 내용, 예를 들면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방도에 대해 당장 고민하길 희망한다.”

-고승덕 딸과 조희연 아들의 편지(한국일보 ‘강호정의 애고에코’ㆍ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 전문 보기

지금까진 외화내빈이라 할 만했다. 실패한 내치와 달리 외치 성과는 봐줄 만하단 평가였다. 그러나 이젠 밖에서마저 무능을 드러내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알고나 웃는 건지 모르겠다.

“외교라는 것이 여러 변수가 복잡하게 얽히는 법이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타개하기 위한 선택을 하고,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일임에도 오바마는 ‘빌라도의 손 씻기’처럼 뒤로 물러서 복지부동의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유화외교를 넘어 외교부재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으며 미국 국민들의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도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 (…)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은커녕 공을 북한에 몽땅 다 넘겨버렸다. 감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감이 떨어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과 같은 근거 없는 북한붕괴론은 거의 집착 수준이다. (…) 게다가 박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의 리더십 실종과 마찬가지로 이미지로만 지탱해온 외교에서도 점점 무능력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오바마의 외교독트린 DDSS(경향신문 ‘국제칼럼’ㆍ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학)) ☞ 전문 보기

“최근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한 박근혜 대통령이 상대국 지도자들로부터 파격적인 환대를 받았다. (…) 박 대통령이 환대 대가로 어떤 선물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국내와는 달리 웃는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잡혔다. 국가지도자들이 정상회담을 하면 얼굴 붉힐 일이 거의 없다. 양자 회담은 실무자들이 미리 조율을 해놓고 진행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 때문에 각종 스캔들이나 정책 실패로 국내에서 인기가 없는 대통령도 외국에 나가면 회담 결과에 고무돼 얼굴을 펴게 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이면 밖에서는 칭송을 듣지만 안에선 질책을 받는 곤혹스러운 신세를 경험했다. 대통령의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나 할까. 박 대통령이 임기 2년차에 벌써 그런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대통령의 웃음(동아일보 ‘횡설수설’ㆍ방형남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취재 현장에서 저널리즘 원칙은 자주 경시된다. 탁상공론이란 이유에서다. 상업 언론의 왕도는 단순ㆍ선명이다. 예외 없다. 짐짓 자긴 아닌체하는 중앙일보의 위선은 독자 기만이다.

“문창극씨 사태를 통해 보면, 우리 언론은 우리 사회를 소통사회로 만들기보다는 결과적으로 불통사회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정보를 제공하는 공론의 장이 역설적으로 불통의 장벽을 쌓고 있다. 문창극씨에 대한 KBS 보도는 법적으로는 보호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저널리즘 관점에서는 문제가 많다. 거두절미하고 특정 부분을 편집 보도했다. (…) 사실관계가 갖는 다층적인 측면을 증거를 통해 검증하기보다는 ‘이웃이 장에 간다니 거름 지고 나서는’ 떼거리 저널리즘을 답습했다.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했으며 스스로 진리를 독점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 우리 사회의 여론이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국가 권력에 의해 동원되는 기제였다면, 민주화 이후에는 언론 보도에 의해 동원되는 경향이 빈발하고 있다. (…) 이번 문창극씨 낙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진실 논쟁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특성을 띤다는 점을 알고 폭넓은 사실관계의 확인에 몰두해야 한다. 진실이라고 믿는 것에 과잉 집착하게 되면 소통구조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 진실은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문창극 사퇴로 드러난 불통구조(중앙일보 ‘시론’ㆍ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전문 보기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승객 전원 구조라는 대형 오보에다 희생자들의 가족이나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과열 취재경쟁, 왜곡보도 이런 것들이 기레기라는 말을 낳게 했다. (…) ‘기레기’는 매체 난립·기자 양산이 빚어낸 괴물이다. 매체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자격미달 기자들이 정확하지 않은 기사를 마구 써내기 때문이다. (…) 다른 요인도 더해졌다. 이념 대립이 치열해지고 진영논리가 강고해지면서 갈등 지향성 기사, 보도인지 의견인지 알 수 없는 기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첫 문장부터 ‘이러구 저러구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거나 ‘논란이 예상된다’고 돼 있는 기사가 많다. 갈등 해소와 사회통합에 기여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갈등의 중심이 되어 이를 부추기고 있다. (…) 이제부터라도 기자 교육을 통해 기자의 자세, 취재를 하는 방법을 잘 가르쳐야 한다. 특히 신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확이라는 걸 알게 해야 한다.”

-기레기를 누가 키웠나(6월 28일자 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임철순 논설고문)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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