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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자들, 항암제 글리벡 끊고도 치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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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자들, 항암제 글리벡 끊고도 치료 가능

입력
2018.05.1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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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이상 투약 환자 156명 추적관찰

투약 중단 99명 치료 필요 없고

재발한 57명 다시 투약하자 호전

“공익적 임상연구로 환자 고통 줄여”

만성골수성백혈병 완치의 길이 열리고 있다. 평생 먹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 항암제를 끊고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가 도출된 공익적 임상연구를 확대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안전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환자 중심 공익적 임상연구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는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김동욱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등 의사와 환자ㆍ소비자단체 대표,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인구정책과 생활정치를 위한 의원모임이 주관하고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다. 허정헌 기자
'환자 중심 공익적 임상연구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는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김동욱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등 의사와 환자ㆍ소비자단체 대표,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인구정책과 생활정치를 위한 의원모임이 주관하고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다. 허정헌 기자

김동욱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환자 중심 공익적 임상연구 확대를 위한 토론회’에서 표적항암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 투약을 중단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추적 관찰결과를 발표했다. 글리벡을 3년 이상 투약한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156명을 추적 관찰했다. 병세가 호전돼 투약을 중단한 환자를 3년간 관찰한 결과 99명(63.5%)은 치료가 필요 없었다. 57명이 재발했지만 글리벡을 다시 투약하자 백혈병 세포가 줄어들었다.

재발한 환자 가운데 2년간 글리벡을 추가 투약해 백혈병 세포가 사라진 21명에게 다시 투약을 중단하고 또 3년간 살펴본 결과 9명(42.9%)은 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호전됐다. 1차 중단 때처럼 또 재발한 12명도 글리벡을 다시 투약했더니 모두 약물에 반응을 보였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매년 백혈병에 걸리는 환자의 10~15%를 차지한다. 해마다 300~500명 정도가 이 병에 걸리는 셈이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세가 악화해 6~7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으나 2001년 글리벡이 개발되면서 장기 생존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연간 비용이 1,617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느냐는 점이었다. 이 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줄었지만 건강보험 재정에서 연간 239억~651억원이 빠져 나간다. 환자 입장에서도 구역질, 근육경련, 설사, 피부 발진 등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해 삶의 질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연구는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56명에 대한 투약 중단으로 84억원의 약값을 절감했다. 연구비 10억원을 들여 8배 이상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 셈이다. 약을 끊은 환자들도 삶의 질이 개선됐다. 그리고 ‘2년 투약 후 중단과 관찰, 재발하면 재투약’ 같은 표준 치료지침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 지침이 발전하면 만성골수성백혈병 완치 판정도 가능할 것으로 의학계는 보고 있다.

환자 안전 확보와 비용 절감, 효과적인 치료지침 마련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임상연구이지만, 제약회사 입장에선 선뜻 나설 수가 없다. 모든 역량을 신약 개발과 출시 전 임상시험에 쏟아야 하기 때문에 이미 출시한 약품의 임상연구에 돈을 들일 이유가 없었다. 때문에 공공 재원을 투입하는 ‘공익적 임상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익적 임상연구 제언을 발표한 윤영호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공익적 임상연구 관련 예산은 약 95억원(2014년 기준)으로 건강보험급여 총액의 0.02% 수준이고, 국민 1명 당 연구비 부담액은 165원으로 2,000원이 넘는 미국에 비해 매우 낮다”며 정부에 예산 증액을 주문했다. 윤 교수는 또 “미국의 환자중심성과연구소(PCORI) 같은 전담기관을 설립해 연구 지속성을 확보하고 공공재원 지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환자, 소비자 대표를 논의의 장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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