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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신장 때문에 남성들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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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신장 때문에 남성들은 괴롭다?

입력
2017.02.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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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후토시 일본 간사이대 교수는 현대 일본 남성들이 겪는 괴로움의 원인이 여성들 때문이 아니라 남성들 간 경쟁에서의 패배에 있다고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다가 후토시 일본 간사이대 교수는 현대 일본 남성들이 겪는 괴로움의 원인이 여성들 때문이 아니라 남성들 간 경쟁에서의 패배에 있다고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남자문제의 시대

다가 후토시 지음ㆍ책과 사회의 소통을 생각하는 모임 옮김

들녘ㆍ256쪽ㆍ1만4,000원

국회의원, 기업간부 등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찾아보기 힘든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여성할당제나 여성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여성전용 주차장은 일부 남성들에게 ‘역차별’로 느껴진 지 오래다. 대학입시, 국가고시 합격률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다는 통계가 쏟아진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과거보다 월등히 높아진 반면 젊은 남성들은 군입대와 취직, 결혼비용 마련으로 삶이 팍팍해졌다는 게 남성들의 주장이다. 이 남성들을 힘들 게 하는 건 과연 여성인권의 상승인가?

일본의 상황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에서 젠더론을 연구하는 다가 후토시(多賀太) 일본 간사이대 교수는 그 동안 여성에게 맞춰져 온 ‘젠더문제’ 초점을 남성에게 옮겨 ‘남자문제의 시대: 젠더와 교육의 정치학’를 펴냈다. 2001년부터 ‘남성학’ 책을 써온 저자의 네 번째 저서다.

남자문제 연구는 서양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그 초점은 동양과 다르다. 서구에서는 학업성취도가 부진한 학령기 남자 아동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과 일본은 청년 세대가 더 문제다. ‘가족을 부양할 만큼 충분한 경제력을 갖고 여성과 결혼해 가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전통적 가부장제 사회에 걸 맞는 ‘어른 남자’가 되는 일이 너무나 어려워졌다.

저자는 이 문제의 원인이 구조에 있다고 본다. 여자들에게 그 몫을 빼앗긴 탓이 아니라 과거부터 이어져 온 남성지배체제가 재편됐기 때문이다. 고용은 불안해졌고 노동시장에서 높게 평가되는 능력도 달라졌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남성들이 줄면서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착시가 발생하지만 저자는 “일본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 서양대비 남서우위체제가 안정적”이라고 단언한다. 여성 개인이 남성 개인보다 유리한 상황일 수는 있지만 비정규직 비율, 동일 시간ㆍ노동 대비 급여,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집단으로 비교하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불리하다고 말하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남자들이 말하는 괴로움의 원인은 남성 간의 경쟁에서 패하면서 남성우위사회에서 누려 온 혜택에서 배제되는 데 있다.

여전히 사회는 남성에게 유리하고 이 체제에서는 모두가 괴롭다. 성차별적 체제에서 여성은 사회적 성취 기회를 박탈당한다. 반대로 남성은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 성취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면서 여기서 배제되면 ‘루저’ 취급을 받는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실제 일본의 한 초등학교에서 행해졌던 ‘젠더 프리 교육’ 내용을 공유한다. 저자는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남자들이 겪는 문제를 거시적인 사회ㆍ경제 변동과 여성학적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는 논의를 통해 해결방법을 찾아나갈 것을 제안한다. 그 출발은 ‘남성성’이란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다양하게 존재하는 ‘남성성들’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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