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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아름이, 헤어진 애인 만난 느낌"… "원작의 힘 덕에 배우·스태프 감정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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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아름이, 헤어진 애인 만난 느낌"… "원작의 힘 덕에 배우·스태프 감정 공유"

입력
2015.03.1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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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을 함께 본 추민주(왼쪽) 연출가와 김애란 작가가 연극원 졸업 후 프로 무대에서 다시 만나 4년여 만에 술잔을 기울였다. 김씨는 이 작품의 인상적인 대목을 묻는 추씨에게 “여자 관객들이 공연 끝나고 벤치에 앉아 똑같이 화장 고치는 모습”이라고 대답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을 함께 본 추민주(왼쪽) 연출가와 김애란 작가가 연극원 졸업 후 프로 무대에서 다시 만나 4년여 만에 술잔을 기울였다. 김씨는 이 작품의 인상적인 대목을 묻는 추씨에게 “여자 관객들이 공연 끝나고 벤치에 앉아 똑같이 화장 고치는 모습”이라고 대답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헤어진 애인 다시 만난 기분이었어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는데 막상 무대 위에서 아름이를 보니까 ‘내가 사랑했던 인물이었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김애란)

“나는 이제 아름이 만나기 시작했잖아. 고마워. 네 옛날 애인, 좋더라.”(추민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99학번 출신의 소설가 김애란(35), 연출가 추민주(40)씨가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의 원작자와 연출가로 만났다. 2011년 출간된 김씨의 첫 장편소설은 17세 조로증 환자 아름이와 그를 17살에 낳은 부모 한대수, 최미라를 통해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엇갈린 모습을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내 화제를 모았고, 대학동문인 추씨가 연극 각색, 연출을 맡으며 개막 전부터 입소문을 탔다.

1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연신 “인터뷰용 멘트”라면서도 서로를 격려하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전날 작품을 관람한 김씨부터 “연극은 시공간 제약을 많이 받는데, 그 제약을 뛰어넘어 재미를 준 무대였다”고 추씨를 추켜세웠다. 추씨 역시 “원작의 힘 덕분에 배우와 스태프들이 같은 감정을 공유하며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맞받았다. “아름이가 여자친구와 이메일 주고받으며 두근거리는 순간의 분위기를 배우와 스태프들이 똑같이 느끼고 표현해낼 때 아주 기쁘죠. 그런 기쁨을 준 작품, 단언컨대 많지 않아요.”(추민주)

16년 전인 1999년 추씨는 연출과, 김씨는 극작과 소속으로 연극원에 입학했다. 학과는 달랐지만 연극원 신입생이 총 14명에 불과해 몇 년 간 같이 밥 먹고 수업 들으며 자매처럼 붙어 지냈다. “언니가 친구 집 빌려서 직접 머리 염색도 해줬죠. 다정하기는 했는데 손재주는 없어서(웃음) 실패했어요.”(김애란) 듣고 있던 추씨가 대학 시절 김씨의 발연기에 대해 늘어놓는다. “연기라고 부를 수 없는 ‘움직임’이었는데, ‘예, 아니오’ 같은 두 단어로 된 연기를 주로 했죠.”

당시부터 추씨는 김씨의 글솜씨를, 김씨는 추씨의 연출력을 요즘 말로 ‘애정했다’. 청신한 김애란표 문장이 좋아 출간된 소설을 모두 읽어봤다는 추씨는 2011년 한국작가 단편소설을 무대에 올리는 ‘입체낭독극장’에서 김씨의 단편 ‘칼자국’을 연출했다. 추씨는 “문장을 소리 내 읽었을 때 발음이 아주 아름다웠다”며 연출은 물론, 칼국수 끓이는 엄마 연기도 직접 했다. 그는 소설 ‘두근두근’을 처음 읽었을 때 벅찼던 감정을 잊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극중 아름이가 늙어가는 고통과 죽음의 공포를 글쓰기로 이겨내잖아요. 소설 읽는 내내 글쓰기 자체가 커다란 기쁨이던 제 학부생 시절의 모습이 포개졌어요.”

추씨의 발표작을 빠짐없이 챙겨봤다는 김씨 역시 장편 ‘두근두근’의 희곡 각색과 연극 연출을 추씨가 맡았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언니가 만든 뮤지컬을 좋아했고, 그만큼 제 작품도 잘 꾸릴 것 같았죠. ‘칼자국’ 때 기억도 좋았고요.”(김애란)

서로의 장점을 잘 알아서인지 오히려 ‘두근 두근’의 무대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김애란 소설의 장점은 일상의 순간을 묘파하는 힘. 섬세한 감정을 재기발랄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녀의 특기인 바, 그 매력을 배우의 대사와 연기로 드러내야 했다. “아름이의 눈으로 두근거림을 직접 보게 하는 게 연극이지요. (작년 개봉된 동명의) 영화에서는 엄마 아빠의 눈으로 아픈 아들을 보는 것과는 달라요.” (추민주)

김씨의 시적인 문장을 추씨는 랩으로 담았다. ‘세상에서 제일 웃기는 자식이 되고 싶다’는 아름이의 바람,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는 아빠 한대수의 고백 등 인터넷을 달군 소설 속 어록이 무대 위로 옮겨졌다. “배우들이 원작 소설을 읽고 대화를 야구공 주고받듯이 주고받으며 놀던” 모습을 추씨가 그대로 살린 것이다.

조로증으로 팔십 노인의 몸을 가진 17세 소년을 캐스팅하는 일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 “같은 공간에 사계절 식물이 모두 자라는 한라산 같은 연기”를 보여줄 한아름 역에는 대학로에서 정극을 선보여 온 43세의 오용과, 추씨와 오래 호흡을 맞춘 34세 정문성을 더블 캐스팅했다.

“애란이한테 ‘두근두근’이 영화, 연극으로 다시 찾아오는 헤어진 애인이라면, 저한테 자꾸 오는 헤어진 애인 같은 작품은 뮤지컬 ‘빨래’죠. 학부 졸업작품으로 무대 올렸는데, 다음달 일본에도 소개하게 됐으니까요. ‘두근 두근’ 이 각색 작품이라 처음에는 부담도 됐지만 저한테는 이야기의 재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에요. 이제 새 애인 ‘두근 두근’이 제 이름 앞 수식어가 됐으면 좋겠어요.”(추민주)

공연은 5월 25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1644-1702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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