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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판 매듭 못 푼 삼성전자 백혈병 산재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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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판 매듭 못 푼 삼성전자 백혈병 산재 조정

입력
2015.07.2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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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백혈병 문제가 다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삼성전자에게 1,000억 원을 기부, 공익법인을 설립할 것을 권고했다. 사단법인 형태의 공익법인은 기부금의 70%를 보상사업에 쓰게 된다. 대상은 2011년 1월1일 이전 입사자 가운데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자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백혈병 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뇌종양 등의 질환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번 권고안에 대해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부 사항에서 감당할 수 없는 내용들 때문이다. 우선 퇴직 후 잠복기를 최장 14년까지 보장하라는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60세에 은퇴할 경우 74세까지 보장을 하라는 것인데, 70대 남성의 3분의 1이 암환자로 조사되는 상황에서 이런 보상안을 받아들일 경우 삼성전자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또 조정위가 28개 질환을 명시하고, 이 병에 걸린 근로자들에 대해 업무 연관성과 무관하게 치료비 전액을 보전하라는 것은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근간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경영권 침해 문제도 삼성전자가 난색을 표명하는 대목이다. 새로 설립되는 공익법인에게 삼성전자 사업장 내부 시스템을 점검할 권한을 준다는 것은 심각한 경영권에 대한 침해라는 것이다. 공익법인 이사회가 추천한 옴부즈맨 3명이 삼성전자 사업장 전반의 주요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이번 조정위 권고안에 포함됐다. 이는 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 삼성 측 판단이다.

이번 권고안이 보상문제를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공익재단에 맡기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기업과 개인이라는 힘의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세부 항목에서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커서 최종타결까지 가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007년 3월 기흥공장 반도체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당시 23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세상에 알려진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이 8년을 끌고 있다. 여전히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 안타깝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재해 사망률 1위다.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하루 평균 5.3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산업재해에 관한 한 우리는 후진국에 머물고 있다.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관리는 기업은 물론, 국가의 책무다. 조정위가 내놓은 것은 권고안에 불과하다. 양측이 좀 더 진지한 논의를 통해 입장 차이를 좁혀 좋은 결말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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