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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의 행복세상] 보험도 들고 로또복권도 사는 심정

입력
2017.05.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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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 거는 국민의 간절한 기대

치명적인 한반도 전쟁 발발은 꼭 막고

경제ㆍ복지 관련 문제 모두 해결 원해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집은 화재보험에 들면서 동시에 로또복권을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화재보험에 드는 사람은 집에 화재가 날 확률은 낮지만 일단 화재가 나면 입게 될 큰 손해에 대비하는 ‘위험 회피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로또복권을 사는 사람은 확률은 비록 낮을지라도 일단 당첨만 되면 대박이 날 가능성을 노리는 ‘모험 추구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적은 비용으로 큰 위험을 회피하는 행위인데 반해서 후자는 스스로 모험을 선택하는 행위다. 그런데 한 사람이 어떻게 ‘위험 회피형’인 동시에 ‘모험 추구형’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의 이러한 행위를 설명하고자 맨 처음 시도한 논문이 1948년 시카고대학 경제학과의 프리드만 교수와 세비지 교수가 발표한 ‘위험을 내포한 선택의 효용 분석(The Utility Analysis of Choices involving Risks)’이다.

학부 시절 법학을 공부하고 경제관료가 된 필자는 1980년 국비 유학생으로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대학시절 경제학을 배우기도 했고 경제기획원의 훌륭한 선배들 밑에서 실무를 익히기도 했지만 정작 경제학과 대학원생이 되어 공부하면서 얼마나 흥미진진했는지 모른다. 그 가운데 매우 재미있게 배운 위 논문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어려운 경제학 논문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위 논문을 서두에 이야기한 취지는 인간은 한편으로는 보험에 들고자 하는 심정과 다른 한편으로는 로또복권 당첨을 기대하는, 얼핏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소망을 동시에 갖기도 한다는 점을 말하기 위함이다.

5월 10일 우리나라는 새로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필자는 투표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원고를 쓰지만, 26%가 넘는 유권자가 사전 투표에 참여한 것만 보더라도 이번 대통령 선거의 국민적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심정에서 대통령 선거에 이토록 커다란 관심을 보인 걸까. 필자는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안보에서는 ‘보험에 드는 심정’과 경제와 복지에서는 ‘로또복권 당첨을 바라는 심정’ 두 가지가 혼재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의 안보는 문자 그대로 위기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막는다’는 명분 하에 대한민국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각자 자국 이익을 앞세워 한반도 정세를 판단하고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시점에서 우리 유권자들은 새 정부가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단 발발하면 국민의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쟁’만은 막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보험에 드는 심정’일 것이다.

한편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현실은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는 극복해야 할 난제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대선 기간 동안 각 후보들의 경제 및 복지 관련 공약은 지나칠 정도로 넘쳐났다. 그 결과 국민의 기대 수준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로또복권이라도 당첨된 듯’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높아지고 말았다.

새 대통령은 국민의 ‘보험에 드는 심정’과 ‘로또복권 당첨을 기대하는 심정’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출범한다. 안보에 관한 한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 발발은 막아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 하지만 복지에 관한 선거공약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묘책이란 있을 수 없다. 선거 기간 중 멋진 말로 약속한 모든 공약을 현실에 맞게 수정할 수밖에 없음을 국민도 정부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정치인은 선거운동은 시로, 통치는 산문으로 한다(Politicians campaign in poetry, govern in prose.)”는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의 명언을 다시금 떠올린다.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ㆍ전 IMF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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