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동거남 폭력 시달린 여성에 보호처ㆍ직업까지 알선

알림

동거남 폭력 시달린 여성에 보호처ㆍ직업까지 알선

입력
2016.12.22 04:40
0 0

전국에 지원센터 15곳 설치

행동발달증진센터 2곳 운영

놀이ㆍ보상 통해 아이들 훈련

혼잣말ㆍ자해 등 전문 치료

“예산 등 장기적 계획 세워야”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동관 4층 행동발달증진센터. 자폐 증상이 있는 초등학생 A군이 행동치료사 2명과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A군은 상황과 관련 없는 혼잣말을 하고, 스스로를 때리는 등의 행동을 보여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말할 때에는.” 김민지(32) 행동치료사가 묻자 A군은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임에도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A군이 답했어야 할 내용은 “입을 열고 소리를 내요”다. 치료사가 답을 알려주고 반복 질문하자 A군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정답을 외쳤다. 김 치료사는 “말하는 것과 혼자서 웅얼거리는 것을 구분시키기 위해 하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학습이 이어지자 A군은 돌고래 소리와 비슷한 고음을 내거나, “하기 싫은데”라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치료사가 말을 잘 따를 때마다 판에 좋아하는 공룡 스티커를 붙여주자 A군은 곧잘 따라왔다. 스티커 10개가 채워지면 치료사는 A군에게 평소 그가 좋아하던 동화 영상을 짧게 보여줬다. A군이 즐길 수 있는 비누방울 놀이 등도 했다.

안동현 한양대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자해 등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는데, ‘이름을 쓸 줄 알아야지, 산수는 할 줄 알아야지’ 하며 공부를 강요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는 “행동 제어가 안 돼 스무 살이 넘어 장난감 수갑과 헬멧을 쓰고 오는 환자도 있는데, 감당 안 되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전에 개입해 도움을 주자는 게 센터 설립 취지”라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았다. 발달장애인법은 자폐성장애인, 지적장애인과 같은 발달장애인들의 권리를 지켜주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 권오형 중앙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은 “신체장애를 가진 분들은 몸은 불편하지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반면, 발달장애인들은 염전노예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불만이 있거나 인권 침해를 당해도 표현을 못해 발달장애인법이 따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특정 장애인을 위해 별도의 법이 처음 마련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법이 시행되면서 40억원 가량이던 발달장애인 직접 지원 예산은 올 들어 94억5,000만원으로 증액됐다. 정부 지원으로 한양대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를 비롯 발달장애인들의 자해 등 행동문제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행동발달증진센터가 2곳 생겼고, 17개 시도에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현재 15곳 운영)가 의무적으로 설치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개인별로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파악해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안내해주는 곳이다. 올 2월 최초로 개소한 대구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벌써부터 성과가 돋보인다. 4월 해당 센터는 동거남의 폭력에 시달려온 지적장애인3급 B(29)씨를 폭력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센터는 B씨에게 폭력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신고할 것을 안내했고, 실제 B씨가 동거남을 신고하자 경찰서에 동행하고 임시숙소인 쉼터를 제공하는 등 B씨를 보살폈다. B씨가 두 자녀와 함께 있고 싶어한다는 걸 파악한 뒤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장애인을 위해 제공하는 아파트를 알아봐주기도 했다. 직업도 알선해줘 B씨는 현재 음식점에서 식당 일을 하며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한 보증금 500만원을 모으고 있다.

이런 변화에도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김치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연구실장은 “정책들을 한꺼번에 다 하긴 어려운 탓에 1년 간 발달장애인들의 삶이 확 달라졌다고 볼 순 없다”라며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얼마의 예산을 투입해 어떤 것부터 할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원소진(왼쪽) 김민지(오른쪽) 행동치료사가 자폐 진단을 받은 초등학생 A군과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에서 문제행동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원소진(왼쪽) 김민지(오른쪽) 행동치료사가 자폐 진단을 받은 초등학생 A군과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에서 문제행동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