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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3세 경영의 위험성

입력
2018.05.18 21:4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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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삼대 거지 없고 삼대 부자 없다’고 했다. 요즘 재벌기업 3세들의 행태를 보니 그런 얘기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한 가족이 3대까지 부를 이어나가는 비율이 10%를 조금 넘는다는 분석이 있다. 또 창업해서 대기업을 이루면 2세들은 이를 손쉽게 상속을 받고, 3세 때는 통상 파산한다는 서양학계의 주장도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여파로 한진그룹이 위기에 처했다. 이전에도 3세들이 문제된 재벌기업이 여럿 있었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3세들의 변덕은 기업을 위험에 빠뜨린다.

▦3대째 가족기업에서 왕족처럼 군림하다 보니 기업 내부에서 총수일가는 안하무인이 되는 환경이 조성되어있다. 일부 대기업의 임원들은 가신과 다름없고 총수일가의 재산을 더욱 불리는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밖에 없다. 싫은 소리를 했다가는 집으로 가야 되니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사고가 터져도 기업 내부에서는 총수일가에게 바른 소리를 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일은 더 꼬이고 결국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것이다. 심지어 “임원의 연봉은 총수에게 욕먹는 대가”라는 얘기까지 있다.

▦박상인의 저서 ‘왜 지금 재벌개혁인가’에 따르면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은 주식회사제도의 기업 거버넌스를 무력화시키고 총수의 황제경영을 가능케 한다. 총수의 황제경영은 기업을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전락시킴으로써 기업의 의사결정과 국민경제의 자원 배분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한다. 이 같은 재벌체제는 혁신을 통한 산업의 고도화와 고부가가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과도한 수직계열화와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도전 기업에게 혁신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혁신경쟁은 소멸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생활 적폐청산’을 내걸고 재벌 총수들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손을 볼 모양이다. 취임 1년을 맞은 문 대통령은 불법으로 해외에 재산을 은닉하고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반사회적 행위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일감 몰아주기와 차명재산 등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한 사주 일가의 세습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국세청이 기업 세금탈루와 편법상속을 막는 것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이제야 알았다는 건지 의문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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