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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굿바이 몽키” 日 스쿠터 단종 소식에 덕후들 눈물

입력
2017.10.15 21:5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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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배기가스 규제 적용돼

저렴한 가격 유지 힘들어져

스테디셀러 30여종 생산 중단

전동 자전거 보급도 퇴조 원인

일본의 유명 오토바이 메이커들이 잇따라 주요 모델의 생산을 포기하고 있다. 올해 들어 무려 30개종 이상이 단종됐다. 특히 1980년대 추억의 인기 모델도 적지 않아 일본 내 두터운 ‘오토바이 오타쿠(마니아층)’들이 안타까움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혼다가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은 50㏄급 스쿠터 ‘몽키(위 사진)’의 생산을 종료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핸들을 접어 자동차에 실을 수 있는 데다 1.3m 정도인 소형 차체가 귀여워 인기를 독차지하며 66만대 이상 판매된 모델이다. 50㏄급 오토바이는 혼다가 1948년 창업할 당시 처음으로 출시해 이 회사를 세계적인 메이커로 등장시킨 주역이다. 이로 인해 야마하, 스즈키가 오토바이 시장에 뛰어드는 계기로 작용했다. 올해 몽키의 한정판 500대 최종 판매 이벤트에는 4만5,000건 이상의 예약이 폭주했다.

마니아층에선 단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6만엔에 산 몽키를 취향대로 개조하는데 200만엔을 쓴 사람, 몽키를 수십대 보유한 사람, 긁힌 부분이 있지만 몽키가 인격체로 느껴져 수리하지 않은 채 보존하는 경우, 70세가 되면 몽키를 타고 일본 전국일주에 나서겠다는 팬까지 다양한 부류의 마니아들이 몽키의 퇴조를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단종이 결정된 것은 지난 9월 엄격해진 배기가스 규제가 오토바이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국제적 규제에 따라 일산화탄소 등 배출량을 기존의 절반 정도 줄이도록 국가표준이 강화됐다. 새로운 배기가스 정화장치가 필요해지자 지금의 가격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사정은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야마하는 스테디셀러인 SR400 등 50㏄급 15개 모델의 생산을 종료했다. 스즈키는 13종, 가와사키공업도 1종 생산을 중단했다.

젊은층의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이 떠난 것도 원인이다. 1980년대 널리 보급된 유행은 폭주족 단속으로 열기가 수그러들었다. 일본자동차공업회(JAMA)에 따르면 80년대 연간 약 237만대였던 일본 내 오토바이 판매량은 지난해 34만대로 추락했다. 특히 전동자전거의 보급으로 스쿠터 수요가 급감한 점도 한 몫 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朝日)신문은 250㏄ 등 중형오토바이 판매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된 매출을 유지한다며 오토바이 인기의 부활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전국의 맛집 정보나 오토바이 패션 등과 연결한 오타쿠 문화를 발굴하거나, 정부 및 관계기관에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요금 인하 요구 활동이 계속된다는 점에서다. 업계 일각에선 오토바이의 기능과 디자인에 파격적인 창조를 끌어내거나 스쿠터 모델을 복고풍 추억과 결합시킨 새 마케팅전략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야마하 오토바이 SR400. 야마하 홈페이지 캡처
야마하 오토바이 SR400. 야마하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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