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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불가능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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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불가능한 질문

입력
2018.05.31 13:5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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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은 출렁이지요. 우리가 담긴 곳은 달걀 모양이에요(지구가 달걀 모양이 아니라는 법도 없잖아요). 갇히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멀리 못 가는 것을 보면, 자주 부유(浮游)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달걀 모양의 어항에 든 열대어인지도 모르겠어요. 영역의 감각이 있으면 침범의 감각이 발달하게 되는 것도 난처하지만요. 이름조차 잊은 열대어가 되면 서로라는 영역까지 잃어버리게 되니 그 또한 난처함이지요.

상상은 지상의 중력을 벗어난 영역이 있기 때문에 출렁이지요. 상상의 통로, 가정법을 발생시키면 가려졌던 곳까지 확장되므로 불가능했던 질문이 가능해지지요.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 말이죠. 우리가 달걀 모양의 어항에 든 열대어라면 누가 우리에게 먹이를 주었을까요? 그래서 우리, 언젠가 수면 위에서 하얗게 뒤집어진다면, 우리를 건져내는 손의 주인은 누구이며, 대지로 다시 돌아가 화원의 꽃으로 피어날 때 꽃을 꺾는 손은 누구일까요?

달걀과 어항과 꽃잎은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연한 것들이지요. 열대어들이 담긴 예민한 물의 온도를 깨고 싶지 않다면 이곳에 다가오는 손 또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요. ‘유(遊)’는 ‘헤엄치다’로도 쓰지만, ‘놀다’라는 뜻으로도 쓰지요. 손가락 반 마디 만한 컵에 물을 담으며 소꿉놀이를 하는 어린 아이의 손만큼 신중한 손은 없지요. 크기가 아니라 빛깔이 문제지요. 놀이, 즉 불가능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유희를 놓치지 않으려면, ‘달걀-어항-꽃잎’, 이 감각을 사수해야 하지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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