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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퀴어축제’ 5만명 참석…동성애 반대 맞불집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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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퀴어축제’ 5만명 참석…동성애 반대 맞불집회도

입력
2016.06.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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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서울광장 퀴어문화축제.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5년 서울광장 퀴어문화축제. 한국일보 자료사진

"오늘만이라도 아무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누가 뭐라 한들 오늘 축제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거니까요."

국내 성소수자(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무성애자·남녀한몸 등)들의 최대 행사로 불리는 퀴어문화축제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올해 행사에는 5만명 가량(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광장 중심부는 본 무대와 104개 행사부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잔디밭 등 광장 내부 곳곳에는 축제를 즐기러 온 성소수자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주황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현장 질서 유지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선문대학교 간호학과 2학년 학생 총 4명(여학생 3명과 남학생 1명)도 자원봉사자로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들이) 잘못이 아닌 만큼 힘이 돼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도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서양처럼 자유로웠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행사 부스에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성적소수문화 인권연대 등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단체부터 미국·캐나다·호주·영국·스웨덴 등 외국 대사관,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녹색당 등 정당, 대학생 성소수자 관련 단체 등이 참여했다.

올해 신설된 퀴어모임 성공회대 '레인' 학생들은 "나는 당신의 축제를 축하합니다"는 팻말을 들고 서울광장을 누볐다.

레인에서 활동 중인 한 학생은 "17회째 축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목소리를 내는 힘이 약한 것 같다"며 "이런 축제를 다 같이 즐길 수 있도록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매년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했다는 포털사이트 구글은 올해도 축제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스티커와 부채를 나눠주고 '안드로이드' 마크가 새겨진 의상 판매에 나섰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홍보총괄 상무는 "구글이 다양성 문화를 중시해오고 활동하는 만큼 올해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직원들과 함께 축제 현장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행사 부스에서 파는 티셔츠, 에코백, 팔찌 등 기념품을 사거나 쿠키 데코레이션, 기념사진 찍기 등의 이벤트를 즐겼다.

아내와 함께 왔다는 최모(49)씨는 "식사하러 왔다가 행사가 열려 잠시 구경왔다"며 "성소수자들의 문화에 대해선 중간 입장이다. 항상 방송 등을 통해서만 접했는데 직접 와서보니 색다르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1)씨는 "꼭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게 다양한 것 같다. 축제 기간인 만큼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면 갈등도 덜할 것 같다"며 "반대 집단과의 거리도 있고 경찰들도 대비하고 있어 큰 충돌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동성 커플로 유명한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도 오전부터 행사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퀴어영화제 홍보와 함께 무지개(퀴어축제의 상징) 깃발이 새겨진 부채를 나눠줬다.

김조광수 감독은 "지금도 양쪽에서 우리의 행사를 방해하고 있어 아쉽다"며 "강남역 사건처럼 혐오를 방관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만큼 혐오를 더 이상 두고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 등이 맞불 집회를 방관하는 것도 성소수자들을 향한 폭력"이라면서 "성소수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외곽으로 환구단 앞 도로에서는 샬롬선교회 등 기독교 보수교단 협의회 100여명이 동성애퀴어축제반대 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나를 낳았어요', '동성애 아웃'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광장 쪽을 바라보며 난타, 찬송가 합창 등을 벌였다.

오전 11시30분께부터는 총신대학교 총장, 교직원, 학생 등 500명 상당이 '창조질서 파괴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 '동성애를 조장하는 차별금지법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퀴어축제 반대집회를 개최했다.

대한문 광장 쪽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등으로 구성된 '서울광장 동성애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 준비위원회'가 이날 오후 2시부터 맞불집회를 열었다.

반면 열린문공동체교회·섬들향린교회·차별없는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 등 성소수자 축제에 참여해 이들을 지지하는 기독교 단체들도 눈에 띄었다.

열린문공동체교회의 크레이그 바틀렛 신부는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교회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메시지는 성경적이지도 않고 받아들이기도 힘든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후 2시부터는 광장 본 무대에서 개막무대와 축하무대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잔디밭에 앉아 무대를 즐겼다. 이따금씩 환호와 함성 소리도 들렸다.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퍼레이드는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30분 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인원은 역대 퍼레이드 최대인 5만명(주최측 추산) 정도로 예상된다.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2가, 회현사거리,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나 서울광장으로 돌아가는 코스로 총 2.9㎞, 역대 최장 거리다.

경찰은 퀴어축제 측과 반대 단체들의 충돌을 우려해 20여개 중대, 20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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