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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국산 기술로 해체한다지만…난관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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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국산 기술로 해체한다지만…난관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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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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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처분은

영구처분시설 법안 국회서 표류

건설 늦어지면 탈핵에 영향 미쳐

국산기술로 가능한가

연구용 원자로 해체 경험만 있어

처리 과정서 안전 장담은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영구정지 터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영구정지 터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예상하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해체 소요 기간은 총 15년 6개월이다. 문 대통령이 선언한 ‘탈핵 국가’의 성패를 가름할 중요한 과제지만, 앞에 놓인 난관이 산더미다. 이를 넘지 못하면 해체 일정과 탈원전 정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18일 자정(19일 0시)을 기해 멈춰선 고리 1호기에서 가장 먼저 진행될 작업은 쓰고 남은 연료(사용후핵연료)를 냉각시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를 위해 24~26일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로 옆에 있는 임시 저장용 수조(습식저장시설)로 옮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이 없기 때문에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를 한시적으로 보관하기 위한 건식저장시설(콘크리트 구조물)을 2024년 12월까지 고리 원전 부지 내에 짓는다. 그리고 이듬해 1년 동안 사용후핵연료를 꺼내다 건식저장시설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전체 해체계획을 한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승인(2021년 12월)받으면 2022년 6월부턴 시설물 해체에 들어간다. 이후 시설물 철거, 부지 정리 등을 거쳐 2032년 6월 한수원이 원안위에 해체완료를 보고하면 6개월 뒤 운영허가 종료로 행정 절차까지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해체 과정 중 가장 큰 난관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이다. 지난 정부 때 2053년 고준위 방폐물 영구처분시설 가동을 목표로 계획이 만들어졌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실행이 안 되고 있다. 영구처분시설 건설이 계속 늦어지면 고리 1호기는 물론 향후 다른 원전 해체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수원은 “고리 1호기 해체는 국산 기술 활용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용 원전의 수백분의 1 규모에 불과한 연구용 원자로 해체 경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산 기술이 해체과정의 안전을 장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외국 기술 도입도 쉽지 않다. 유럽과 일본은 해체 시기가 너무 오래됐거나, 우리처럼 소규모 원전만 해체해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용 원전을 최근까지 여러 차례 해체해본 나라는 사실상 미국뿐인데, 관련 규제가 우리보다 느슨해 도입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이 추산한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은 총 6,437억원이다. 이 가운데 폐기물 총 1만4,500드럼을 처분하는 데만 2,47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드럼 하나를 경주 방폐장으로 보내는 비용이 1,500만원이다. 폐기물 양이 예상보다 늘면 비용도 상승한다. 해체가 처음인 만큼 예상 못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미국 코네티컷 양키 원전은 해체 과정에서 초기 예상 비용의 18%(약 900억원)가 더 들었고,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원전은 작업이 지연되면서 지금까지 5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세계적으로 157기 원전이 영구정지돼 있다. 이 중 상당수가 해체된다고 보면 향후 원전 해체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 국내 해체 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수원에 따르면 해체 비용 6,437억원 가운데 산업계로 풀리는 부분은 많아야 2,500억원 정도다. 원전 1기 건설비의 10분의 1 수준이다. 더구나 원전 해체는 결정이 오래 걸리는 데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관련 정책이 흔들릴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철저한 준비 없이 원전 해체 시장에 대해 막연한 기대만 앞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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