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동서고금의 격언으로 외국의 손주들과 소통합니다”

알림

“동서고금의 격언으로 외국의 손주들과 소통합니다”

입력
2016.07.28 15:17
0 0
외국에 사는 손주들에게 들려 줄 격언을 모은 '할아버지의 선물' 저자 이영우 전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호미 제공
외국에 사는 손주들에게 들려 줄 격언을 모은 '할아버지의 선물' 저자 이영우 전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호미 제공

美ㆍ홍콩에 사는 손주들에게

5년간 격언 담아 보낸 이메일

200개 모아 책으로 출간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할아버지가 자주 말하면 잔소리가 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인류에게 길잡이가 된 선현들이 말한 격언이나 잠언을 들려주려 했습니다. 찰나적이고 시사적이 아닌 영속성이 있는 것을 고르려 노력했습니다. 자주 대화하되 내 이야기를 많이 하거나 내 생각을 주입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영우(79) 학교법인 이화학원 이사장은 2011년 10월부터 5년 가까이 매주 한 번씩 미국과 홍콩에 사는 손주들에게 이메일을 쓰고 있다. 동서고금의 지혜가 담긴 격언과 속담을 모아 영어로 써서 보낸다. 한국외환은행 뉴욕ㆍ런던지점, 아세아개발은행 등에서 일하며 20년 넘게 해외에서 지낸 덕에 영어는 능통하다. 외환투자신탁운용회사와 한국수출보험공사(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을 역임하고 은퇴한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사를 맡으며 바쁘게 지내는 와중에도 손주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있다.

이 이사장은 첫 이메일부터 200번째 글까지 차례로 모아 최근 ‘할아버지의 선물’이라는 책을 펴냈다. 한국어판과 영어판 두 가지를 한꺼번에 출간했다. 책에는 네댓 줄 분량의 짧은 글도 있고 한 장을 꽉 채우는 글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그는 28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책으로 펴낼 생각이 없었지만 이 글을 세상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게 됐다”고 말했다.

편지는 멀리 떨어져 사는 손주들의 삶에 어떻게 도움이나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3남매 중 큰아들을 2010년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낸 뒤 손주들과 더욱 자주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람은 젖먹이 때부터 부모의 몸짓, 언어, 행동을 배웁니다. 그러니 아이들과 소통은 요람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큰아이를 잃은 후 손주들과 더욱 자주 같이 지내려 했고 전화나 이메일로 계속 소통했습니다. 그러다 구체적으로 잠언과 격언을 찾아 보내는 것을 정례화, 습관화하게 됐습니다.”

시작할 때만 해도 첫째와 둘째 손주에게 쓰던 글은 이젠 다섯 손주에게로 전해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금언을 고를 때 “지금까지 오랜 세월 가치가 통하는 것이라면 앞으로도 오랜 세월 진리일 것이라는 생각한다”며 “세상이 급변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개인과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고전적인 가치를 살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주들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어떤 것일지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한번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큰 손자 태희에게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같은 격언을 보냈더니 “공부하기 싫고 게으름 피우고 싶을 때 어떻게 아시고 이런 글을 보내시는지 할아버지는 마술사 같아요”라는 말을 들기도 했단다. 할아버지가 보낸 글을 주제로 학교에서 발표해 칭찬을 받은 손주도 있었고 엄마의 잔소리에 할아버지가 알려준 격언으로 대꾸하는 재치 있는 손주도 있었다.

이 이사장은 휴가 때도 이메일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계속할 생각이다. “아이들이 앞으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직장생활도 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도 해야겠죠.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