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불화로 지인 집에 거주 40대
7세 딸 잦은 학대, 결국 구타 사망
대학 동기ㆍ집주인과 그 언니까지 가담
2, 3일 車 싣고 다니다 야산에 묻어
자수 안하고 5년 간 모두가 쉬쉬
작은 딸 교육방임 수사 중 드러나
남편과 불화로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한 40대 주부가 7살 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회초리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후 친구 등 여성 3명과 함께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사실이 5년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이들은 그 동안 평범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올 들어 자녀를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드러난 것은 경기 부천시 초등생ㆍ중학생 사건에 이어 3번째다.
경남 고성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된 박모(42)씨 수사 과정에서 2011년 10월 26일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한 아파트에서 당시 7살 큰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시댁이 있는 경기 광주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15일 수색작업을 벌여 큰 딸로 추정되는 시신을 찾아냈다. 경찰은 백골 상태로 발견된 시신의 정확한 신원과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은 앞서 장기결석 아동 전수 조사 과정에서 박씨가 작은 딸(7)을 학교에 입학시키지 않은 사실을 파악, 지난 달 28일 충남 천안에서 박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박씨의 큰 딸 암매장을 도운 혐의(사체 유기)로 박씨와 한 아파트에 살았던 대학 같은 과 동기 백모(42)씨와 아파트 주인 이모(45)씨를 구속했고, 당시 이 아파트에 함께 거주하면서 차량으로 시신을 운반했던 이씨의 언니(50)는 불구속 입건했다.
남편과 불화로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온 박씨는 2009년 1월부터 이씨 소유의 아파트(72평)에서 살았다. 이 곳에는 이씨 자매와 백씨, 박씨 등 3가구 자녀 6명과 어른 4명 총 10명이 함께 살았다.
박씨는 큰 딸이 이씨 집 가구와 의류 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2011년 10월 25일 오후 10시쯤 회초리로 딸의 종아리와 허벅지를 30분 가량 때렸다. 박씨는 다음날 아침에도 구속된 이씨와 함께 딸을 의자에 앉힌 채 테이프로 묶고 30∼40분간 폭행하고 방안에 방치한 채 출근했다. 큰 딸은 결국 이날 오후 5시쯤 숨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박씨는 수시로 큰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베란다에 감금하고 식사를 하루 한끼만 주는 등 학대를 일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박씨에게 딸 학대를 부추기고, 시신 유기에도 적극 가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당시 박씨에게 훼손된 가구를 가리키며 “아이를 제대로 가르쳐라” “아이를 잡으려면 제대로 잡아라”고 다그쳤다. 이씨는 박씨 등과 함께 숨진 아이를 암매장할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자신의 승용차에 2, 3일간 시신을 싣고 다니기도 했다.
공범 백씨도 자신의 아들(11)을 베란다에서 지내게 하는 등 학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시 자수하자고 제의했으나 숨진 아이의 몸에 멍이 있는 점 등이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을 우려해 사체를 차에 싣고 나왔으며 수 차례 의논 끝에 결국 양지바른 곳에 묻기로 결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동욱 경남경찰청 강력계장은 “이들은 박씨의 큰딸 폭행은 물론 시체 암매장을 돕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뜻 경찰에 자수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범행에 대한 죄책감이 둔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성=이동렬기자dylee@hankookilbo.com 전혜원기자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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