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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 찬성 박근혜는 ‘무시’…반대 정의화는 ‘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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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 찬성 박근혜는 ‘무시’…반대 정의화는 ‘준수’

입력
2015.12.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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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국회 본청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 정 의장은 전날인 16일 생중계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청와대와 여당의 노동개혁 및 경제관련 법안의 직권상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17일 오후 국회 본청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 정 의장은 전날인 16일 생중계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청와대와 여당의 노동개혁 및 경제관련 법안의 직권상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이른바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여부를 두고 입법부 수장과 청와대 사이에 벌어진 충돌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의화 국회의장 또한 새누리당이 친정이지만 물러날 기미가 없다. 여기에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입장 차이라는 구조적 문제도 걸려 있지만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을 바라보는 시선의 괴리가 보다 근본적이다.

국회선진화법 처리에 입장을 달리했던 박근혜ㆍ정의화

국회선진화법 85조는 본회의에 안건을 직권상정(심사기간 지정)할 수 있는 경우를 ▦천재지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때로 제한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 조문을 엄격히 해석해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지켜야 한다는 태도인 반면 청와대는 폭넓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 의장은 17일에도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내 생각은 변할 수 없다”며 직권상정 불가 견해를 재확인했다.

이 같은 풍경은 3년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당시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한 이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4ㆍ11 총선 2주일 뒤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의 반드시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 다시 한 번 본회의를 소집해서 국회선진화법이 꼭 좀 처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총선 전에 여야가 합의했고, 국민들께도 약속을 드렸기 때문에 처리가 이번에 꼭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인사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연루에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라는 ‘삼재’ 속에서 총선을 치러야 했던 새누리당에게 이 법은 남달랐다. 개혁과 쇄신의 상징으로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선거를 치를 수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몸싸움과 다수당의 횡포가 없는 국회를 만들어 국민의 정치 불신을 없애겠다는 명분도 괜찮았다.

교시와도 같은 박 대통령의 엄명에 친박계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총대를 맸다. 결국 이 법은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5월 2일)의 최대 성과가 됐다. 의원 192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 17명으로 통과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정의화 의장은 48명의 한 사람으로 이 법을 반대했다. 정 의장은 의장 권한대행으로 이 법의 통과를 선언하면서도 “과연 충분하고 심도 깊은 논의와 검토를 거쳤는지 여전히 회의적”이라며 “19대 국회가 무기력 국회, 식물 국회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표결 12일 전엔 반대 기자회견도 자청했다. 정 의장은 “법의 취지가 아무리 고상해도 우리 정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과감히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더구나 이 법은 19대 국회에 적용되는 법인 만큼 18대 국회가 아닌 새 국회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18대 마지막 국회서 처리된 법 다시 개정 움직임

최근의 상황은 입장이 역전된 형국이다. 법을 반대했던 사람은 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법을 찬성했던 사람은 법을 어기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새누리당 내에서 이 법의 개정을 벼르는 의원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도 아이러니다. “국회선진화법은 곧 ‘야당결재법’이다. 20대 국회에서 손을 봐야 한다”(친박계 중진), “이 법대로라면 국회의원은 (여야 협상에 참여하는 지도부) 6명만 있으면 된다”(비박계 재선), “몸싸움은 없어졌지만, 폐해도 많아 개정이 필요하다”(당직 의원)는 게 당내 여론이다.

이러다 보니 당시 법 통과를 주도한 박 대통령을 향한 볼멘 소리도 나온다. 비박계 모 의원은 “대통령이 주도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인데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없이 국회의장만 압박한다”고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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