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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코치 설기현의 인생 3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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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코치 설기현의 인생 3막은?

입력
2017.02.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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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축구 국가대표 신임 코치가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설기현 축구 국가대표 신임 코치가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설기현(38) 성균관대 축구 감독이 국가대표 코치로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대한축구협회는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을 보좌할 신임 코치에 설 감독을 선임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르무아(68)와 설기현 코치, 차상광(54) 골키퍼 코치, 차두리(37) 전력분석관 등으로 코치진을 꾸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남은 일정을 소화한다.

2015년 3월 현역에서 은퇴해 약 2년 간 대학팀을 지휘해오던 설 코치는 이날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선수 시절 ‘저니맨(팀을 자주 옮기는 선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벨기에 앤트워프와 안더레흐트, 잉글랜드의 울버햄턴과 레딩ㆍ풀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 그리고 K리그 포항과 울산ㆍ인천까지 14년 동안 9번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잦은 이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설 코치는 떳떳했다. “선수로서 내 역할을 소홀히 해 팀을 옮긴 적은 없다. 이 부분은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양한 포지션의 클럽, 다양한 감독을 만난 것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었던 값진 경험이다”고 자평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딩 시절의 설기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딩 시절의 설기현.
너무도 유명한 장면. 2002년 한ㆍ일월드컵 이탈리아와 16강에서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는 설기현. 한국일보 자료사진.
너무도 유명한 장면. 2002년 한ㆍ일월드컵 이탈리아와 16강에서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는 설기현.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번에 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배경도 일맥상통한다.

설 코치와 동석한 이용수(58) 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은 “대표팀 코치는 지도자 경험도 중요하지만 선수로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도 봐야 한다. 설 코치는 대표팀은 물론 벨기에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부), 챔피언십(2부) 등 여러 팀에서 생활을 했다. 이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비록 K리그 감독이나 코치는 하지 않았어도 국가대표 코치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설 코치도 “슈틸리케 감독이 저를 원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대표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궁금했고 처음에는 솔직히 자신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슈틸리케 감독을 만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설 코치가 일찌감치 유럽 무대에 진출해 ‘맨 땅에 헤딩’ 하듯 어려운 과정을 헤쳐 나간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또한 국가대표로도 설 코치는 2002년 한ㆍ일월드컵 4강의 주역이고 2006년 독일월드컵 때도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설 코치는 “일찍 유럽에 나가 자연스럽게 그들과 부딪히며 많은 공부를 했다. 그런 부분을 지금의 후배들에게 잘 전해주고 서포터 하는 일이라면 잘 할 수 있고 한국 축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축구협회는 설 코치 자리에 중량감 있는 수석코치급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독일과 스위스 출신의 후보 두 명이 최종 고사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이 부회장은 “새로운 코치들의 계약기간이 1년 6개월(러시아 월드컵 종료시점)인데 이렇게 짧은 기간에 코치를 수락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과 협의 끝에 그렇다면 젊고 능력 있는 국내 지도자 중에 다시 찾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작년 FA컵 16강에 올라 성남 일화와 경기를 한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작년 FA컵 16강에 올라 성남 일화와 경기를 한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학 감독 이외에 프로 지도자 경험이 없는 설 코치가 전술과 전략 등의 영역까지 감독과 의논할 역량이 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설 코치는 “코치가 꼭 보좌하는 역할 만 하는 건 아니다. 감독이 놓치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필요할 때는 정확하게 전달하겠다”며 과감한 조언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전술 등의 부분도) 자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사실 설 감독은 선수 때부터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을 들었다.

그는 울버햄턴 시절 글렌 호들(60) 감독에게 다양한 세트피스 전술을 배웠고 레딩 시절 스티브 코펠(62) 감독을 통해 신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풀럼 시절 로이 호지슨(68) 감독 아래서는 다양한 전략을 익혔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을 지휘했던 거스 히딩크(71) 감독과 함께 하며 선수의 능력을 120% 끌어내는 지도력을 직접 목격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 김봉길(51) 전 감독에게 중요할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아 당시 ‘봉길 매직(김봉길 감독이 매 시즌 후반 놀라운 상승세를 보여 붙여진 별명)’의 숨은 공로자였다. 성균관대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강압’보다 ‘자율’로 선수들과 소통하겠다는 평소 신념을 지켰다. 설 코치 부임 후 성대는 ‘운동은 하루 1시간 10분 이내’ ‘주말은 무조건 휴식’과 같은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훈련 철학’이 자리 잡았다. 성대는 작년 FA컵 32강에서 프로팀인 서울 이랜드를 누르고 16강에 진출하고 작년 U리그 왕중왕전 준우승, 추계 1ㆍ2학년 대회 3위 등 좋은 성과를 냈다.

일각에선 대표팀 코치 교체가 너무 잦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4년 10월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지금까지 여덟 번이나 코치가 바뀌었다.이 부회장은 “대표팀 코치가 지금처럼 많이 바뀐 적이 없어 저도 황망하다”면서도 “故 이광종 감독이 갑자기 병마로 올림픽 지휘봉을 내려놓고 국내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이 중요한 무대였다. 또 박건하(46) 코치는 프로 감독으로 가는 등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있었다. 이제는 지금 코치진 그대로 잘 정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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