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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시장 살아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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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시장 살아있었네

입력
2018.01.24 20: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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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입구역 주변 ‘지하경제’

13년 전 도난당한 수표 위조ㆍ유통

은행서 현금화하려던 일당 덜미

명동 골목가에 뿌려진 사채업체 전단지들. 박서강 기자
명동 골목가에 뿌려진 사채업체 전단지들. 박서강 기자

한파가 몰아친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인근. 옷깃을 여민 시민들이 종종걸음 중인 이곳을 부르는 ‘제2의 이름’이 있다. 바로 ‘명동 사채시장’. 한 때 지하경제 중심으로 불리며 수백조원대 자금이 흐르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가 의도치 않은 곳에서 다시 떠올랐다. 수표를 위조해 현금화하려던 김모(71)씨 일당 때문이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13년 전 울산 울주군에서 도난 당한 수표를 위조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던 김씨 일당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발행일이 오래된 수표를 수소문해 돈을 주고 산 뒤 발행일과 수표번호 등을 바꿔 현금으로 바꾸려다 은행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수법은 사실 은행 같은 제도 금융권이 아니라 명동 사채시장에서 주로 이용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애당초 이들의 주 범죄 무대는 명동 사채시장이라는 얘기다.

명동 사채시장은 과거 은행 본점이 몰려있던 명동을 중심으로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몰려있는 금전 대여업체들을 지칭했다. 업체들은 제도권 금융기관은 아니지만 부동산을 비롯해 채권, 수표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이 곳에서 브로커로 활동했던 김씨 일당은 이 사실을 이용, 위조된 ‘500억’짜리 수표를 담보로 수십억원을 대출받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김씨가 이 수표를 들고 은행에 찾아갔다가 발각되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500억원 정도가 되는 수표 담보 대출을 감당할 곳이 거의 없어 은행을 찾았던 건데, 위조수표가 발각 안 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거대한 현금 동원력을 무기로 한 ‘큰 손’들이 지하경제를 주물럭거리던 명동 사채시장은 1990년대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서 침체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실시하며 세무당국 단속강화 등으로 본격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인근에서 노점상을 하는 이모(55)씨는 “여기 사무실 중에 ‘캐피탈’ ‘컨설팅’ 이런 이름 붙은 데가 다 그런 데”라며 “명동에는 관광객만큼이나 돈 놀이 하는 사람들이 넘친다”고 답했다.

경찰은 김씨 일당이 최초로 위조수표를 확보한 출처와 이들이 실제 사채시장서 대출을 받았거나 현금화한 사실이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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